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 변경…한국당, 구호 외치며 ‘항의’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헌법수호! 독재타도!” “문재인 독재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도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29일 오후부터 30일 새벽까지 국회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여야 4당 관계자들과 이에 반발하는 한국당 관계자들이 얽히고설키며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국회는 특위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미 특위 회의장 앞에 진을 친 한국당 의원들은 준비한 구호를 외치며 결사 항전의 각오를 다졌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29일 오후 7시 30분께 사개특위가 열릴 예정이던 국회 본관 220호와 445호를 차례로 방문해 “헌법수호 의지를 강력하게 표시해주기 바란다”며 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을 독려했다.

   
▲ 지난 29일 오후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사개특위 전체회의가 열릴 예정인 국회 본관 220호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미디어펜

이날 각 특위 회의는 모두 밤 10시께로 예정됐다. 이 시간이 다가오면서 한국당은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흐르던 220호 앞은 사개특위 위원들이 온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전운마저 감돌았다. 445호실 앞에서는 한국당 의원들 수십여명이 ‘드러눕기’ 예행연습도 벌였다.

의원뿐 아니라 보좌진과 당직자들도 연신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시간과 소식을 점검했다. 한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어차피 올 건데 좀 빨리 오지”라며 장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바람과 달리 이날 회의는 사전 공지된 장소가 아닌 국회 내 다른 곳에서 열렸다. 정개특위는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인 문체위 회의실에서, 사개특위도 정무위에서 개의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러자 한국당 측은 다급해졌다. 220호 앞에서 대기하던 한국당 관계자들은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본관 5층에 있는 문체위 회의실로 내질렀다. 정개특위 쪽도 본관 6층에 있는 정무위 회의실로 향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실 앞에서 “이런 날치기가 어딨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정개특위 회의장에는 한국당을 제외한 당 소속 특위 위원들이 집결했다. 이윽고 한국당 의원들의 격렬한 반발이 계속되면서 회의는 예정된 10시 50분께 열릴 수 있었다. 

한국당은 회의장이 갑자기 변경된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이게 촛불정신이고 정의인가. 야당일 때 주장했던 정의는 어디에 팔아먹었나”라며 “뒷구멍으로 들어와서 통과시키는 것을 부끄러운 줄 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누가 (회의장을) 틀어막고 점거 농성을 하라고 했나”라고 맞받았다.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심 의원은 1시간 25분 동안 의사진행 발언과 공방 끝에 30일 새벽 0시 20분께 선거제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안 무기명 투표를 시작했다. 그 결과 정개특위 재적 위원 18명 중 한국당 6명을 제외한 여야 4당 소속 12명이 투표에 참여, 의결정족수인 11명을 충족했다.

   
▲ 29일 밤 사개특위 회의장이 국회 본관 220호에서 문체위 문체위 회의실로 변경되자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앞으로 와 항의하고 있다./미디어펜

사개특위 회의장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회의장 앞으로 한국당 사개특위 위원들이 집결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자 “왜 숨어서 회의를 하느냐. 도둑 회의다”, “민주당 특위 위원만 들어가고 민주당 아닌 의원은 못 들어가느냐” 등 항의와 고성이 나왔다. 결국 밤 10시 43분께 회의장 문이 열렸다. 한국당 당직자들과 보좌진들은 문밖에서 “헌법수호 독재타도”라는 구호를 연신 외쳐댔다.

사개특위 회의장에는 나 원내대표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지도부가 지원군으로 가세했다.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한 윤한홍 의원 등 한국당 사개특위 위원들이 “우리 당 위원들이 회의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은 것에 먼저 사과하라”며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에게 항의의 뜻을 표시할 때면 한국당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다른 의원들도 “원천무효” 등 구호를 외치며 야유를 보냈다.

사개특위에서 강제 사임된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도 새로 보임된 임재훈 의원 옆자리에 앉아 “사개특위의 바른미래당 간사가 누구냐”며 발언권을 요청했다. 그러나 끝내 발언권을 얻지는 못했다.

이런 와중에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 동의안을 큰 소리로 설명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도 같은 당 권은희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 동의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강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투표와 개표가 시작됐고, 이 위원장이 가결을 선포하자 여야 4당 측은 환호성을 내지르며 손뼉을 쳤다.

반면 투표를 거부하고 회의장을 퇴장한 한국당 측은 회의장 밖에서 진을 치고 앉아 농성을 이어갔다.

   
▲ 29일 밤 사개특위 회의장가 열린 문체위 회의실에서 한국당 사개특위 위원들이 이상민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