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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응 경총 전무 |
올해 임단협이 심상치 않다. 7월이 다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전사업장의 20%도 타결하지 못했다. 예년에 비해 턱없이 늦은 진도율이다. 작년 12월 대법원에서 아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판결을 내렸지만 왜 이렇게 다시 논란이 생기는 걸까?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판결은 안중에도 없고 무조건 밀어붙이면 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운데 다행스럽게 엊그제 대우조선해양의 노사가 통상임금 문제는 법에 따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대표 격인 현대자동차의 교섭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엊그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최근 쌍용차와 한국GM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법원의 판결과 일치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경우 법원 판결에 따르면 고정성이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GM은 이미 지난 5월 29일 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상황이었고, 쌍용차도 상여금의 일할지급 규정으로 인해 법원에서 통상임금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우 ‘15일 미만 근무자 상여금 미지급’ 규정이 있어 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는 상황임에도 노조는 무조건적인 통상임금 확대만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더구나 작년 임단협에서 노조는 법원의 판결에 따르겠다는 약속까지 해놓았었다. 대법원 판결을 완전히 무시하고 기존 관행과 합의를 무효로 돌리면서까지 자신들의 무리한 요구사항을 힘의 논리로 관철하겠다는 의도다.
현대차 노조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만으로도 20% 이상의 임금총액이 상승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외에 기본급 16만원 인상, 정기상여금 800% 지급, 회사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지금 국내 자동차산업은 환율하락과 내수침체로 위기를 맞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국내 자동차 산업 매출이 약 4,200억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최근 1년 사이 원‧달러 환율은 100원 이상 하락했다. 여기에 매년 반복되는 노조의 파업과 인력운영의 경직성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생산성은 포드나 도요타 등 경쟁업체에 크게 뒤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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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오전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 회의실에서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 노조대표자가 통상임금 정상화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이경훈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위원장이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자료사진 |
현대차 국내 공장의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평균시간인 HPV는 27.8시간으로 도요타의 23.6시간, 포드의 21.1시간보다 높은 수준이며 현대차 미국공장의 14.7시간에 비해서는 2배가량 높다. 실제로 현대차와 도요타의 공장을 수차례 방문했을 때 눈으로 보기에도 일본 근로자 한명이 한국 근로자 두명분의 몫을 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통상임금 확대와 임금인상을 물리력으로 관철시키려는 시도는 노사 모두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자동차 업계 노조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와 내용을 준수하며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대화를 통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임금에 대한 노사합의는 기업의 한정된 수익에 기초한 임금 총액의 범위 안에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의 취지를 노동계는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일단 법과 판결에 따라 하루속히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법이 잘못 됐다, 판결이 잘못 됐다 하는 것은 그다음 일이다.
노와 사는 현재 고임금 저효율 구조로 제조비용 경쟁력이 한계점을 넘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건비 상승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지, 감당할 때 과연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지부터 논의를 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 없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이는 비단 자동차만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