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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임금·단체협약에 돌입할 예정이다. /사진=연합 |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국내 조선업계의 회복 조짐은 뚜렷하지만 이면으로는 원가 상승 압력과 노사 분쟁 등 이중고에 시름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지만 수주 속도는 지난해보다 더딘 것으로 관측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량이 증가 추세는 맞지만 완전히 시황이 회복됐다고 말하기엔 아직 어렵다”며 “지금까지 수주량은 전년 물량과 비교했을 때 15% 달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 1분기 세계 발주량 57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중 162만CGT(35척)의 일감을 따내며 수주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 발주량은 263만CGT으로 1위에 올랐으나 올해는 중국(258만CGT)에 자리를 내줬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영업실적도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
현대중공업지주 1분기 영업이익은 14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9% 감소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33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지난해 같은 기간(손실 478억원)에 비하면 손실은 30.3%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71.53% 감소한 8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재 가격 인상과 국제유가 하락세 등이 더딘 수주 속도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주 철광석은 톤(t)당 평균 95달러에 거래됐다. 통상 수준에서 거래되던 지난해보다 가격이 30.2% 올랐다.
지난해 3억8000만t의 철광석을 생산한 브라질 발레(Vale)는 1월 ‘광미 댐’ 사고로 9280만t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여기에 지난달 호주 서부 필바라 지역의 사이클론 영향으로 철광석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며 국제 철광석 가격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더해 지난해 후판 가격 인상도 조선업계의 수익성을 짓눌렀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두 차례 걸쳐 후판 가격을 t당 5~7만원 내외씩 올렸다.
후판은 배를 건조할 때 주로 쓰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통상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한다. 후판 가격이 인상될 경우 조선사들은 실적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는다. 수주 1~2년 후 선박이 건조되는 조선업 특성상 신조 계약 이후 후판 가격이 인상되면 해당 상승분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여서다.
다만 올해 상반기 후판가격은 ‘동결’에 무게가 쏠린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두 차례 후판 가격 인상으로 원가부담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올해 상반기는 아직 최종협상이 끝나지 않았으나 동결로 가는 분위기다”며 “하반기에는 인상이 불가피할 듯하다.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크다 보니 t당 4만원 이상 인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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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이 "원하청노동자의 피땀으로 일궈온 현대중공업이 법인분할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하며 삭발투쟁을 하고 있다. /사진=민주노총 울산본부 제공 |
설상가상으로 조선 빅3 모두 노조와의 갈등, 임금·단체 협상에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파업에 나설 태세다. 전체 조합원이 조업을 중단하는 파업 시도는 올해 들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편입하기 위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누는 물적 분할을 추진 중이다. 분할 뒤에는 한국조선해양이 신설 현대중공업 지분을 100% 보유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물적 분할을 하면 주요 자산은 한국조선해양에 가고 신설 현대중공업은 7조500억원의 부채만 떠안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설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은 어렵고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오는 16일 2시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22일 서울 집회를 열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임단협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올해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이슈가 더해져 춘투가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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