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퇴진’ 방법론 놓고 미묘한 차이…선거전 변수
원내대표 선거 후 패스트트랙 좌초 가능성 높아질 듯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하루 앞으로 다가온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따라 손학규 대표 리더십과 패스트트랙의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후보로 나선 김성식·오신환 의원 모두 손 대표 거취에 부정적인 입장임은 물론 패스트트랙 이탈 가능성까지도 시사해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과 오 의원은 전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직 출사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당 혁신과 관련된 모든 과제에 대해 제한 없이 논의할 혁신위원회를 하루빨리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고, 오 의원은 “원내대표에 당선되는 즉시 의원단의 의사를 결집하고 당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무책임한 현 지도부를 퇴진시키겠다”고 공언했다.

   
▲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대표 경선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위태위태’ 손학규 리더십

일단 원내대표가 누가 되는지에 상관없이 손 대표는 당 대표직을 위협받을 공산이 크다. 김 의원과 오 의원은 공통적으로 손 대표 거취 문제 해결을 당선 공약으로 삼은 상태다. 

다만 온도 차는 있다. 일단 김 의원은 혁신위를 통한 간접적인 방식의 지도부 퇴진 요구에 방점을 찍는다. 김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위 과정을 통해 체계적으로 모든 의원들의 지혜를 모으면 그 방향에 다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마치 원내대표 선거가 당 대표를 퇴진시키는 사람을 뽑는 선거인 것처럼 하는 것은 핵심이 아니”라고 밝혔다.

즉, 혁신위에서 당론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손 대표 퇴진을 논할 전제조건이라는 얘기다. 반대로 오 의원은 김 의원처럼 방법론을 따지지 않고, 퇴진론에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오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변해야 한다는 마음, 사즉생의 정신이라고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지금의 지도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원내대표 선거는 그 과정의 한 중심에 있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를 꼭 손 대표 퇴진과 연결짓지 말라고 언급한 것에 비하면 강한 어조다. 오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지도부 퇴진) 방법에 있어 어느 한 가지를 단정한 것은 아니”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미묘한 입장 차가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당내 압박에 물러난 직후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손 대표 퇴진론이 결정적인 변수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한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두 후보 간 표 차이는 2~3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 사진은 지난달 25일 바른미래당 하태경, 오신환, 유승민, 이혜훈 의원이 사개특위 논의가 진행중인 국회 운영위원장실을 나선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패스트트랙 ‘좌초’할 수도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진 이후에는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이 좌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의원은 패스트트랙 정국 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직에서 강제 사임 된 오 의원과 권은희 의원의 ‘원상복귀’를 약속했고, 오 의원도 ‘무리하게 밀어붙인’ 패스트트랙은 추후 여야가 재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김 의원이 당선돼 공약을 지키게 되면 오 의원과 권 의원이 사개특위 위원으로 복귀하게 된다. 오 의원과 권 의원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검경수사권조정 관련 법안 논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이견을 보인 바 있다. 이는 패스트트랙 국면에서의 강제 사보임 사태로까지 직결됐다.

오 의원도 패스트트랙을 두고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부분들을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비판적인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패스트트랙은 김 원내대표 시절 이뤄진 부분이라 오 의원이 당선되면 향후 원활한 패스트트랙 논의는 힘들어지지 않겠나”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