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얼굴도 안 볼 것 같던 여야가 술잔을 부딪힌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0일 저녁 여의도에 모여 ‘호프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꼬일 대로 꼬인 여야 관계가 이날을 계기로 풀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파행으로 다급한 쪽은 민주당이다. 정부가 제출한 6조7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가 한 발자국도 진도를 못 나가서다. 이달 내에 추경안을 처리하려면 5월 임시국회 소집을 위한 의사일정 합의가 필요하다. 의사일정을 합의하더라도 국무총리의 추경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부터 상임위원회별 추경안 심사 등 물리적인 시간은 빠듯한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은 이번 회동에서 장외투쟁 중인 한국당의 조속한 국회 복귀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당의 완강한 입장이다. 한국당은 추경안 가운데 2조2000억원 규모의 재해 관련 예산만 심사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민경욱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470조 슈퍼 예산안을 짜고도 수조 원대 추경을 내놓으라며 국회를 압박하고 으름장을 놓는다”고 현 정부를 규탄했다.
한국당은 추경안뿐 아니라 ‘패스트트랙 철회’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릴 공산이 크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회법상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
최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 바른미래당은 회동의 가장 큰 변수다. 회동 자리를 마련한 오 신임 원내대표가 사실상 한국당과 맥을 같이하고 있어서다. 오 원내대표는 원칙적으로 추경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등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수정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이뿐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밝히며 당 지도부와 갈등했었다.
결국 민주당은 입장이 다른 2개 정당을 설득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에서 회동의 성과를 바로 도출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의 ‘고소·고발전’이나, 이후 벌어진 ‘막말 논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의 ‘악수 패싱’ 등으로 서로에 대한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진 모양새다.
다만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만남에 기대감을 보이며 대화가 재개된 데 의미를 부여하는 어투다.
이 원내대표는 “‘맥주 호프’가 아니라 ‘희망의 호프’ 미팅이 돼야 한다”고, 나 원내대표는 “3당 원내대표가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상견례부터 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오 원내대표는 “사진만 찍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각각 밝혔다.
|
|
|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16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환담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