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 측정 불가능…경제적 가치와 분리될 수 없어"
"기업 이미지 구축엔 좋은 전략…'투자 일환'으로 바라봐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사회적 가치는 측정이 불가능하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사회적 가치 같은 주관적인 것을 측정할 수 없다.”

   
▲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미디어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지난 21일 미디어펜과 만난 자리에서 SK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한 것에 대해 “경제적 가치를 많이 창출한 것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사회적 가치는 주관적인 것이어서 가격을 매길 수도 없고,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다만 경제적 가치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SK가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로 발표한 ‘경제 간접 기여 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도 결국 경제적 가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의미다. 현 소장은 “경제적 가치가 제로가 되면, 사회적 가치 역시 제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SK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가지고 가겠다고 하고 있는데 이 두개는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고 같은 것”이라며 “경제적 가치를 많이 창출한 것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얘기한 ‘기업의 사회적 공헌은 경제 이윤을 가장 크게 만든다’는 말과 일맥상통 한다”며 “만약 SK가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투자의 일환이라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많은 이윤을 창출한다면 그것이 결국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에 매몰돼 이윤 창출에 소홀하게 되거나, 경영 활동이 멈칫하게 돼 기업이 망가져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기업 활동에 차질이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그것이 결국 사회적 가치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현 대표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투자는 이윤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같은 것”이라며 “(SK의 사회적 가치 측정 역시) 그런 것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래야 SK도 살고 대한민국도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진권 대표는 한국조세연구원을 거쳐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한국재정학회 회장, 자유경제원(현 자유기업원) 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다음은 현 대표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현진권 미디어펜경제연구소 소장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미디어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가?
“모든 재화는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죠.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재화는 없어요. 이 앞에 있는 휴대폰과 노트북, 둘 다 필요한 거죠. 하지만 경제적 가치는 다릅니다. 왜? 시장이 있으니까요. 이 휴대폰의 가치와 노트북의 가치 중 어떤 것의 가치가 높은지 명확하지 않죠. 가격이 명확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조작을 할 수가 없는 거죠. 다시 말해 시장이라는 것은 수요자들의 합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죠.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이 투표를 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죠. 그래서 시장이 있는 상태에서는 경제적 가치를 조작할 수 없어요. 어떤 것이 경제가치가 높은지 바로 나타나니까요.”

-사회적 가치도 측정이 가능하나?
“사회적 가치는 주관적인 것이어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저마다 중요한 것이 다르기 때문이죠. 다시 말해 사회적 가치에는 시장 가격이 존재하지 않죠. 그런데 SK는 이걸 측정하겠다고 했으니 얼마나 골치가 아프겠습니까. 2018년부터 재무제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는데, 세상에 없던 것이라 완벽해지려면 백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회적 가치라는 건 본질적으로 측정이 불가능 하죠. 왜냐하면 사회적 가치는 주관적인 것이어서 가격을 매길 수도 없고,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죠.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왜 그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SK가 전 세계 최초로 하고 있겠습니까. 그런 개념이 없기 때문인 거죠. 다만 경제적 가치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SK가 발표한 경제 간접 기여 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도 결국 경제적 가치의 연장선상에 있는 거죠.”

-그런데 왜 따로 측정하는 건가?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시장경제의 본질, 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죠. 혹은 문재인 정부에 선제적으로 잘 보이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요. 이 정부는 기본적으로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있어요. SK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가지고 가겠다고 하고 있는데… 이 두개는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고 같은 겁니다. 다시 말해 경제적 가치를 많이 창출한 것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밀턴 프리드먼이 얘기한 ‘기업의 사회적 공헌은 경제 이윤을 가장 크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과 일맥상통하죠. 경제적 가치가 높다면 사회적 가치가 높다는 의미죠. 그런데 SK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다르다는 전제를 하고 있어요. 시장에 대한,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없을 때 범할 수 있는 오류죠.”

-‘사회적 가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거냐’는 반론이 있을 것 같다.
“사회적 가치라는 것은 기업의 사회공헌과 연결되는 것인데. 기업 사회공헌도 경제적 공헌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럼 경제적 공헌이 무엇이냐, 많은 사람을 고용해서 월급을 주는 것이 경제적 공헌이고 사회공헌이죠. 또 기업은 이미 어마어마한 법인세를 냄으로서 사회공헌을 하고 있어요. 정부에 법인세를 지불하는 이유는 정부가 사회공헌을 대신 해달라는 의미잖아요. 그럼에도 사회공헌이 잘 안 된다면 그건 정부에 문제가 있는 거죠. 어마어마한 자금이 있는데도 제대로 못한 것이니.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법인세 중 20%를 지불하고 있죠. 엄청난 공헌이죠. 그거면 됐지. 그것도 하고 또 다른 공헌을 해라? 말이 안 돼요.”

-고 최종현 회장은 ‘자유시장경제’ 창달을 위해 애쓴 분이었다.
“최종현 회장은 시장경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었던 분이죠. 그리고 그 시장경제 논리가 일반 대중들에게 낯설다는 것을 알고 한국경제연구원 같은 것을 만들어 전파시키려고 했죠. 그런데 아들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시장경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시장경제가 무엇인지, 기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기업은 이윤만 생각하고 집중해도 운이 나쁘면 망할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라는 것을 해서 잘 된다면 좋은 일이지만 혹시 손실을 보거나 망하게 되면 경제적 가치는 물론이고 사회적 가치도 없어지게 됩니다. 기업이 망하면 경제가치는 당연히 제로가 되고, 사회적 가치도 제로가 되는 거죠. 부정적으로 본다면 하나가 망하면 둘 다 잃어버리게 되는 거죠. 본질적으로 두 가치는 분리될 수 없는 거죠.”

-그래도 ‘사회적 가치’를 논하는 기업이 인기가 좋다.
“그렇죠. 기업은 어차피 수요자들의 인기를 먹고 살 수밖에 없어요. 수요자들이 물건을 많이 사줘야 기업이 번창하죠. 그래서 기업의 이미지가 중요하죠.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사회적 가치라고 하는 것은 사회적 가치를 위한 것이 아닌, 그걸 이야기함으로 인해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어요. 이런 것을 하고 있다는, 그리고 이렇게 마음이 따뜻한 기업이라는 것을 보여줘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그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되도록 하는 거죠. 이건 이윤을 높이기 위한 투자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러다 보니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위해 존재한다는 오해도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그런 경향이 짙어졌죠. 이 정부는 경제적이라는 말 대신 사회적이라는 말을 훨씬 좋아하기 때문에 이 정부의 철학에 맞춰 사회적이라는 말을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죠. 그 전략이 기업의 이윤으로 이어진다면 좋은 전략이죠. 기업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이윤 늘리는 것은 좋은 일이니. 다만… 그게 아니고 아무도 안하는 것을 선도적으로 한다는 것에 고무돼 열심히 하는 것이라면 본질을 잃어버린 것으로 경제적 이윤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죠. 그럼 기업이 망하는 길로 가는 겁니다. 그 말은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거고, 결국 사회적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죠.

-자유주의 경제학자로서 SK에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기업의 본질, 기업의 사명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을 해야 된다고 봐요. 그건 어려운 게 아니죠. 그런데 사회적 가치는 경제학에 없는 얘기. 물론 ‘사회공헌’이라는 말은 있어요. 기업이 경제적 이윤을 창출함으로써 사회 후생을 극대화한다는 의미에요. 다시 말해 사회공헌과 사회적 가치를 높인다는 것은 같은 말이죠. 그런데 경제학에는 사회적 가치라는 말이 없어요. 객관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죠. 경제학에서의 개념은 객관화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회적 가치는 주관적인 것으로 대신 사회후생함수, 사회후생, 사회공헌 이런 용어들을 쓰죠. 일반적으로 ‘웰페어(Welfare, 후생‧복지)’라고 하는데. 이건 측정 가능하죠. 정리하자면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메시지, 그걸 정확하게 파악하면 사회적 가치 같은 주관적인 것을 측정할 수가 없어요.”

-SK라는 기업이 소중하니 하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죠.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적 가치니 뭐니 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많지만,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투자의 일환으로 하는 행위라면 바람직하다고 봐요. 우리나라 4대 기업 중 하나인 SK가 무언가 일을 벌인다는 것은, 그야말로 오랜 고뇌를 통해 나온 것일 테니까요. 선제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했다는 이미지를 갖고, 동시에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팔면 상승효과를 줄 수 있죠. 과거에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때는, 좋은 물건만 만들면 돈을 벌 수 있었지만 이제 모든 제품은 경쟁을 해야 돼죠. 경쟁이 치열할 땐 제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만들었는지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죠. 그게 바로 기업의 이미지에요. 그래서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기업들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착한기업이다’라는 것을 내세우는 것도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좋은 전략이죠. 이런 차원에서 보면 SK는 성공적인 전략을 펴고 있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가는 것이 바람직한 측면도 있죠. 그렇게 해서 기업이 잘 된다면 그게 바로 사회적 가치를 진정으로 높이는 일이 돼요.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투자는 이윤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같은 것으로 모든 게 시장경제라는 큰 틀 안에서 흘러가는 거죠. 그런 것이길 바라고 있어요. 그래야 SK도 살고 대한민국도 사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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