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던 황교안의 변신…보수층 결집으로
센 발언에 되레 거부감…중도층 끌어와야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문재인 정부의 좌파독재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와 민생을 지키겠다”며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시작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당 안팎에서는 18일간 전국을 누빈 황 대표의 장외투쟁을 두고 ‘총선을 앞둔 시점에 지지층 결집에 성공했다’는 호평은 물론 ‘중도층 포섭·외연 확장에 한계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함께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대표는 오는 25일 제6차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광화문 규탄대회 참석을 끝으로 장외투쟁을 마무리한다. 이날은 평택, 수원 등 수도권에서 미세먼지 실태, 부동산 대책 점검 일정을 소화했다.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서 취준생·공시생들과 치맥 미팅도 가질 예정이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민생투쟁 대장정’에 나서기 위해 버스에 탑승하며 인사하고 있다./자유한국당

◇움츠려 있던 보수층 결집

황 대표는 지난 7일 부산 출정식 이후 경남을 거쳐 대구와 경북, 충청, 호남, 인천, 강원, 경기 등을 차례로 찾았다. ‘풍찬노숙’도 마다하지 않은 황 대표는 중소기업, 시장같은 민생과 밀접한 현장을 주로 돌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안보 등 각종 정책을 비판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장외투쟁이 날을 더해 갈수록 ‘북한 대변인’ ‘좌파독재’ ‘최악의 정권’ 등 점잖았던 황 대표의 발언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황 대표의 강경한 대여 공세를 두고서는 움츠려 있던 보수 지지자들의 결집을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기점으로 ‘선장’이 없어진 보수 진영에 새로운 리더십이 자리잡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차기 대권 주자로까지 거론되는 황 대표의 ‘정치적 체급’이 올랐다는 해석과도 맞물린다. 야권 관계자는 “정치 신인이던 황 대표가 이제는 보수 구심점이 됐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입지가 다져지면서 여권에서는 경계심을 내비치는 모습이다. 확실한 대권 주자를 확보하지 못한 여권 입장에서는 황 대표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어서다. “장외투쟁에 대한 역풍이 불 것”(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막 나간다는 생각에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등 여권 인사들로부터는 연일 황 대표를 깎아내리려는 발언이 나오는 실정이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육군 3사단을 방문해 GP(감시초소) 철거현장으로 향하고 있다./자유한국당

◇중도층 흡수 여부가 관건

하지만 황 대표가 놓친 것도 없지는 않다. 바로 차기 총선에서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할 중도층이다. 황 대표의 ‘센 발언’이 되레 보수에 대한 거부감이나 실망감을 불러왔다는 얘기다. 이와 별개로 부처님 오신 날 행사에서 합장을 하지 않아 종교적 편향성 논란에 휩싸인 것도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이런 양상은 여론조사를 통해 증명된다. 이날 한국갤럽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24%로 집계돼 전주와 차이가 없었다. 올해 2월 말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20%대에 올라선 한국당 지지율은 황 대표가 장외투쟁에 나선 이후에도 20% 중반대의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정치권에선 “외연 확장 없이는 이 이상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중도층 포섭에 나설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1명(응답률 15%)에게 지난 21~23일간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