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미국과 중국이 정보기술(IT) 지배력을 무기삼아 무역분쟁을 확전하고 있다. 양국의 IT 산업과 첨예하게 얽혀있는 ‘IT 코리아’가 후폭풍을 완전히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에 대한 공세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에대한 제재를 가하자 중국은 자국의 인터넷 인프라 사업자가 부품·소프트웨어를 구매할 때 국가 안보 위험 여부를 사전에 심사해 문제가 있을 경우 거래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한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
|
|
▲ /사진=연합뉴스 |
미·중이 표면적으로 상대국 IT기업을 조준하고 있지만 여파가 우리에게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IT·전자 대기업들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화웨이 사태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번 사태에서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글로벌 경제 주도권 쥔 미국은 막대한 지적재산권까지 보유하고 있다. 자칫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에 찍히면 사업의 뿌리가 흔들릴 수도 있다.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술표준에서도 화웨이 배제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최근 무선 기술의 표준을 정하는 와이파이 연맹과 반도체 기술 기준을 세우는 JEDEC, SD 협회는 화웨이의 참여를 제한하거나 회원자격을 정지했다. 화웨이는 현재 기술을 사용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향후 표준 발전에 관계할 수 없어 해외사업 등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우리가 대놓고 화웨이 때리기에 동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등 주요 수출산업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큰 상황이다.
만에 하나 미국의 압박으로 우리가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간 힘겨루기에서 중간에 끼어 피해를 본 사드(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드 배치 결정 후 중국은 '한한령' 등의 경제 보복을 단행했다.
우리 IT·전자 기업 중 화웨이와 가장 밀접하게 엮인 곳은 삼성전자다.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주요 매출처는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화웨이, 버라이즌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1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매출(243조7700억원) 가운데 17.7%(43조2100억원)를 중국에서 올렸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중국 매출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6조7700억원) 가운데 중국이 47%(3조1600억원)를 차지했다. 중국 관련 비즈니스가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LG전자는 중국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LG유플러스가 5G 망을 구축하면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해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와 국가간의 문제에서 기업이 할 수일은 사실상 거의 없다”라며 “상황을 살피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미중의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당분간 양국이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의 경영 부담도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