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사업지원TF 멈추면서 투자 등 속속 보류
재계, 2017년 ‘올스톱’ 사태 되풀이 되지 않을까 우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삼성 전자계열사들의 성장엔진 출력에 경고음이 들어오고 있다. 사업을 조율해온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사실상 멈춰섰기 때문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증거인멸 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검찰의 표적이 된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 삼성 서울 R&D 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최근 사업지원TF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보도 등이 쏟아지면서 불법을 주도한 정점이라는 오해가 확산되며 위기에 몰리고 있다. 미래전략실해체 후 삼성의 전자계열사들의 조정자 역할을 해온 사업지원TF가 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삼성 내부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삼성 전자 계열사들의 투자 계획이 하나 둘씩 보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이 핵심 임원들은 차례로 소환하는 가운데 사업지원TF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다.

현장은 사실상 ‘멘붕’이다. 당초 계획했던 투자 일정 등이 어그러지면서 사업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사업지원TF가 기존 역할을 못하게 되면서 (삼성의) 투자 계획이 잇달아 보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멀지 않은 미래에 시장 경쟁력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문”이라고 말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2017년과 같은 빙하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당시 삼성은 사상 초유의 총수부재 사태를 겪으며 사실상 사업이 올스톱 됐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과거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한 반도체의 ‘슈퍼호황’ 덕에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가려졌지만 신성장사업에 적지않은 혼선을 빚었다.

지난해 이재용 부회장 복귀 이후 삼성은 신성장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방향을 보는 재계의 시선은 불안한다. 과거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과 같이 프레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전장, 5세대(5G) 통신 등 미래사업을 전면에서 이끌고 있는 삼성 총수의 경영 활동에 제약이 생길 경우 경쟁력 강화 노력이 모두 물거품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감정싸움은 언제 우리에게 불똥이 튈지 모르는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보기술(IT) 산업이 언제 미·중 무역분쟁의 후폭풍에 노출될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리더십과 조직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환경일수록) 기업들에게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각사의 협업, 집중과 선택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절실하다”며 “의사 결정을 이끌 수 있는 리더와 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사업지원TF가 기능을 상실하면 삼성에게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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