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을 결정하고도 한달 넘게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긍정적인 여론 조성에 힘쓰고 있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여론조사 결과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하고, 지원 대상인 북한마저 썩 반기지 않는 식량지원에 대해 정부가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정부를 채근하듯 잇따라 식량지원을 발표하고 나서면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31일 판문점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주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에 식량 5만톤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 발표 이전에 나온 발언으로 통일부가 난색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유엔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1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예산 부족으로 10년만에 ‘상반기 추경’을 요청한 서울시는 시민의 삶부터 걱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설훈 의원을 겨냥 “만약 야당 의원의 발언이라면 정부가 유포자를 색출하고 고발했을 것”이라며 “설 의원 발언과 관련해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확정된 바 없다고 한다. 문재인정권의 그간 행적을 보면 기밀 유출자를 색출한다며 통일부 직원 휴대폰을 걷고도 남았을 텐데 그런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대북 식량지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로 이뤄진 지난 4월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주의적 지원에 문제가 없다”고 언급하면서 수면 위로 올랐다. 이후에도 정부는 신중 모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국제기구의 북한 식량조사 발표가 있었고, 이를 근거로 문재인 대통령은 5월8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계기로 대북 식량지원을 공식 발표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에서는 최근 올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417만톤으로 수요보다 159만톤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런데 하필 북한 전역에서 쌀값이 1000원 가량 떨어졌다는 북한전문매체의 보고도 함께 나왔다.
이와 관련해 대북소식통은 미디어펜에 “중앙당 전쟁전략물자 창고인 ‘2호 사업부’ 창고를 털어서 식량값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당‧군‧정과 보위부, 보안부 소속 간부들에 대한 식량배급을 위한 것으로 일반주민들은 이미 장마당을 통해 식량 문제를 해결해온지 오래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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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미사일 도발 이후 23일 만에 공개 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자강공작기계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6월 1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
현재 북한의 식량 사정도 극도의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권층은 당의 배급으로 쌀 소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밀수로 들여오는 해외의 고급 브랜드 제품을 사용할 정도로 사치를 누리고 있다. 배급을 받지 못하는 일반주민들도 장마당을 통해 식량 구입에 문제가 없다. 반면,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빈민층도 분명히 있다.
우리정부의 대북 식량지원을 트럼프행정부도 수용한 것은 국제기구의 북한 식량난 발표가 있는데다 식량지원으로 대화의 물꼬를 틀 촉매제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섞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5월4일과 9일 미사일을 두 차례나 발사하면서 정부는 신중한 모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1년반동안 무력 도발을 하지 않던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연달아 발사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북한에 대한 메시지 관리가 필요한 시기이다.
소위 ‘도발하면 지원 받는다’ 식의 잘못된 보상으로 이해되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 대행은 지난 29일 자카르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최근 미사일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는 입장도 밝힌 상태이다.
실제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서는 국민여론도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4~16일 전국 성인 남녀 1004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7%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은 44%였다.
무엇보다 북한이 식량지원을 받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우리정부의 대북 식량지원 추진에 대해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 “시시껄렁한 물물거래”라더니 지난달 26일에는 북한 매체를 통해 “비본질적이고 부차적인 문제”라며 정색을 하고 반발했다.
대북 식량지원 문제처럼 여론이 팽팽히 갈리면서 야당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민주당 정치인들 때문에 ‘의회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많다.
의안 처리율이 30%를 밑도는 등 사실상 입법 기능이 멈췄다고 평가받는 국회 공전 사태에서도 집권여당의 역할을 찾아볼 수가 없어 북한 문제는 점점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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