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인 가운데 6월12일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계기로 대화 테이블이 다시 펼쳐질지 주목된다.
문재인정부는 일단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성사시켰다. 관건은 한미정상회담 전후로 4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한미 간 혹은 남북 간에 북미대화를 견인할 수 있는 메시지가 나올지 여부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7일 오후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북한과의 접촉은 계속 시도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대화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제 생각에는 조심스럽게 낙관적(cautiously optimistic)으로 생각한다.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6월 원 포인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은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라며 “시간이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전에 남북 정상이 만나 북미대화 재개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미는 ‘노딜’로 끝난 지난 2월 말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상대방의 최종 패를 다 확인했고, 이제 협상 재개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정부가 밀어붙였던 남북경협이 시기상조임을 확인한 상황에서 북한이나 미국이나 대화에 나설 명분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12일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처음으로 북미협상에 입장을 밝히면서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했다. 다만 올해 말까지로 대화 시한을 정하고, ‘빅딜’을 주장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셈법’을 바꿀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5월 들어 2차례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국을 압박했다.
또 북한 외무성은 4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의 공명정대한 입장에 어떻게 화답하느냐에 따라 6.12 조미(북미) 공동성명이 살아남는가 아니면 빈 종잇장으로 남아있는가 하는 문제가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한국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승인하고 대북 식량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한 남북협력 의사도 전달했다. 이는 북한이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한미 정부가 협의한 결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자신은 모두 비핵화 합의를 바란다면서, 적절한 때 다시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또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없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과의 대화가 꽤 순조롭게 이뤄져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이 우리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포괄적 합의 후 단계적 이행’이라는 비핵화 방식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는 전언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도 ‘비핵화 정의와 로드맵’에 우선 합의한 뒤 단계적으로 이행한다는 것이어서 ‘신뢰’를 내세우고 있는 북한이 이에 동의할 지는 미지수이다.
아울러 미국 조야에서는 북미 간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협상에 회의론이 강하다. 따라서 미국이 실무협상으로 전환하려고 하더라도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 특성을 내세워 톱다운 방식을 고수한다면 협상 방식을 놓고도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당장 북미 간 큰 입장차를 좁히기 어렵다면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상황 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빅딜’과 ‘최대 압박 기조’를 포기하지 않는 선에서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대북정책을 가져가려고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북미협상의 교착을 해소할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9일 오전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4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조기에 북미정상회담을 재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낙관도 비관도 하기 어려운 국면”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북미 간 입장차에 대해 몇가지 아주 작은 변화들이 있다는 부분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아주 구체적 사안들에 대해서는 차이가 존재하지만, 큰 틀에서 공통점을 조금씩 모아가는 과정”이라며 “북미협상은 산 하나를 넘는 게 아니고 산맥을 넘는 것"이라는 말로 협상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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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2018년 5월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