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범죄인 인도' 개정안 강행을 놓고 이에 반발한 홍콩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이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자유 대 억압',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 구도의 국제대결로 치닫고 있다.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들은 지난 13일 홍콩 시민들의 반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면서 강경 진압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
캐리 람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은 이날 담화를 통해 "조직적 폭동으로 평화와 안녕을 해치는 위법행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과 유럽연합을 향해 "중국 내정에 간섭말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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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범죄인 인도법은 지난 20년간 유지돼온 미국과 홍콩 간의 긴밀한 관계를 훼손한다"고 밝혔다./사진=홍콩시민 제보영상 캡처 |
국제적으로는 서구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홍콩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위협하는 중국의 독재체제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완전한 자치를 원하는 홍콩과 전체주의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고수하려는 중국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홍콩의 핵심가치인 표현의 자유·집회의 자유·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인터넷을 검열하고 반체제 인사를 구속하는 중국 공산당 체제에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어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 시위의 이유를 이해한다"고 지적했고, 유럽연합 또한 홍콩 시민들의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에게 홍콩을 양도하면서 일국양제 공동선언을 체결했던 영국의 경우 테레사 메이 총리가 직접 12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지난 1997년 맺은 영중 공동선언을 준수하라"면서 "이번 사태는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권리 및 자유와 긴밀히 연결되어있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키웠다. 영국 식민지 출신국인 호주도 "범죄인 인도법은 높은 수준의 자치권과 권리·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현장의 상황은 심각하다.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최루탄과 페퍼스프레이, 물대포를 사용한 홍콩 경찰은 홍콩 역사상 최초로 고무총탄까지 쐈다. 홍콩 보건당국에 따르면 13일 시위참가자 중 최소 79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SNS에는 시위참가자가 눈 부위에서 피를 흘리는 동영상을 비롯해 드러누운채 입에서 피를 토하는 영상까지 제보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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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환구시보는 13일 미국 펠로시 하원의장 등의 발언을 거론하며 "이들은 중국 대륙과 대립하는 데 홍콩을 카드로 쓰고 싶어한다"고 비난에 나섰다./사진=홍콩시민 제보영상 캡처 |
홍콩 시민들은 지난 9일 100만명이 모여 반대시위를 벌인데 이어 오는 16일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홍콩 시민들은 범죄인 인도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가 홍콩의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해 고문하는 데 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홍콩 거주민은 14일 미디어펜과의 전화통화에서 "홍콩에는 중국에 없는 자유가 있지만 이제 그것이 없어져 간다"며 "자신들의 정치적 자유를 계속 지키려는 시민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당초 입법회의는 범죄인 인도법안의 2차 심의를 연기한 후 언제 재개할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법 통과 후 홍콩 혐의자가 법률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중국에 송환되면 인권이 유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금 현지에서는 홍콩 경찰으로 위장한 중국 공안과 군인들이 도처에서 목격된다는 설도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