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의 '범죄인 인도' 개정안 강행을 놓고 이에 반발한 홍콩시민들의 민주화운동이 유혈 사태로 번지면서, 결국 홍콩 정부가 100만 홍콩시민들의 반대에 굴복했다.

앞서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들은 지난 13일 홍콩 시민들의 반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면서 강경 진압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지만, 이번 유혈 사태가 '자유 대 억압' 및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 구도의 국제대결로 치달으면서 외부의 악화된 여론에 물러섰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15일 오후3시(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 추진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만 정부가 살인범의 인도를 요청하지 않고 있어 범죄인 인도 법안이 더는 긴급하지 않다"며 "지난 이틀간 검토 결과 법안 추진의 잠정 중단을 발표한다"고 밝혀, 중국 공산당 독재체제의 입김과 무관한 뉘앙스를 보였다.

캐리 람 장관은 이날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설명하고 더 많이 들어야 할 것"이라며 "슬픔과 후회를 느끼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겸허히 비판을 수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범죄인 인도법안 2차 심의를 보류할 것"이라며 "시민 의견을 듣는 데 있어 일정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14일 홍콩에서는 야간집회에 나선 어머니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총을 쏘지말라"는 문구가 쓰인 팻말을 들고 '범죄인 인도법안' 반대와 함께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사진=홍콩시민 제보영상 캡처

지난 9일 100만 명의을 훌쩍 넘는 홍콩시민들이 역대 최대 규모의 반대 시위를 벌인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수만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를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79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홍콩 보건당국은 발표했다.

각종 SNS에는 시위참가자가 눈 부위에서 피를 흘리는 동영상을 비롯해 드러누운채 입에서 피를 토하는 영상까지 제보로 들어올 정도였다.

당초 시위대는 오는 16일 홍콩시민 100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검은 대행진' 시위를 열어 송환법 추진 및 경찰 강경진압에 항의할 예정이었다.

이번 유혈 사태는 완전한 자치를 원하는 홍콩과 전체주의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고수하려는 중국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홍콩의 핵심가치인 표현의 자유·집회의 자유·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인터넷을 검열하고 반체제 인사를 구속하는 중국 공산당 체제에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