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활용 마케팅 기법 속속 개발…눈높이 기회 제공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문화예술 마케팅에서 시장 표적화(Targeting)란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어떤 시장을 최적의 목표 시장으로 선정하는 과정을 뜻한다.

시장 세분화 이후에 각 세분 시장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한 다음, 어떤 문화예술 시장을 선택해서 한 곳에 집중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세분 시장 중에서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의 경쟁 우위를 비교한 다음, 기관이나 단체에 가장 많은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은 어떤 하나의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시장 표적화의 목표다.

그렇게 하면 주어진 예산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더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연령에 따라서 문화예술 시장을 표적화할 수도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시장을 표적화한 다음,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문화예술작품을 선정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때 문화예술 마케팅 기획자는 세분 시장별로 예산과 인력을 어느 정도 투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세분 시장의 특성에 따라 어떤 문화예술작품을 언제 어디에서 공연하거나 전시하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 시장 세분화 이후의 시장 표적화. /자료=김병희 교수 제공

예를 들어, 장애인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시장을 표적화시킨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1990년에 '미국 장애인 기본법(ADA: American with Disability Act)'에 서명했다. 이 법에서는 민간의 비영리 부문에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요건들을 규정했다.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이 법안의 내용을 재정적 측면과 공간적 맥락에서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결국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몇몇 기관이나 단체에서는 예상과는 달리 장애인을 위한 추가 조치를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장애인을 배려하는 조치를 마련하면 새로운 성장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뉴저지주 멀번에 있는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Paper Mill Playhouse) 극장에서는 1980년에 대형 화재가 발생해서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그 후 재건축을 하면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극장의 모든 층을 승강기로 연결했다. 매표소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티켓을 구매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휠체어 높이에 맞춘 특별 창구를 설치했다.

작품마다 두 번째 공연에서는 시각 장애인을 위해 무대의 움직임을 신호로 바꿔주는 특수 음향전달 장치를 설치했다. 공연 전에는 워크숍을 실시해 시각 장애인들이 연극 소품이나 의상을 만져볼 수 있도록 했고, 모든 직원들에게 장애인을 환대하는 감수성 훈련을 받도록 했다. 이런 노력을 한 결과, 이 극장을 찾는 새로운 관객이 해마다 증가했다. 이전에 이 극장을 찾은 적이 없던 사람들에게 권유해서 함께 오는 장애인들도 있었다.

   
▲ 노년층 관객을 위해 계단을 경사로로 바꾼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 극장 (2018). /사진=김병희 교수 제공

이밖에도 노년층 관객을 위해 계단 대신에 경사로를 설치했고, 공연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브로슈어를 큰 글씨체로 인쇄했다. 소리를 더 키우는 음향 확대 시스템도 적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휠체어를 이용하는 노인들이 동반자와 함께 앉을 수 있도록 탈부착이 가능한 좌석을 설치했다. 노년층의 문화예술 소비자들은 극장의 이런 배려에 대해 티켓 구매나 연간회원 가입으로 호응했다.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 극장의 시장 표적화 작업은 다른 극장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 극장의 사례에서 문화예술 시장 표적화의 전형적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장애인 기본법'을 억지로 준수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오히려 장애인 집단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표적시장으로 인식을 바꾼 것이다. 해당 세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건을 하나씩 준비함으로써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기관이나 단체에서도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 극장의 사례를 통해 시장 표적화 전략을 통해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표적화 전략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광고도 표적화를 지향한다. 다양한 인터넷 언론이 등장하고 동영상 플랫폼, 포털, 소셜 미디어, 1인 미디어 같은 수많은 미디어 중에서 표적 소비자를 겨냥하는 효율적인 표적화(Targeting) 광고가 주목받게 되었다. 예를 들어, 유투브에서도 소비자의 관심사를 분석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에게만 영상을 노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접근하는 표적화 광고는 문화예술 마케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나아가 미디어 표적화를 넘어서 문화예술 소비자와 문화예술작품을 연결하기 위해 메시지 자체를 초정밀로 겨냥하는 초정밀 마케팅도 가능해졌다. 초정밀 마케팅이란 개인이나 집단을 겨냥한 세분화된 메시지를 전달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법이다. 메시지가 다수를 향하지 않고 소수를 향하기 때문에 소수에 해당하는 소비자라면 공감을 유도할 수 있고 주목도도 높다. 초정밀 마케팅에서는 목표 고객을 정확히 표적화한 다음, 그들이 자주 접하는 맞춤형 미디어를 선정해 메시지를 노출해야 한다.

초정밀 마케팅을 비롯한 새로운 기법들이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인구통계학적 특성에만 집중해서 시장을 세분화하는 마케팅 기법은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 사람의 마음까지 분석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마케팅 기법이 속속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사람들의 문화예술 소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하며 유의미한 정보를 도출하도록 해준다. 이처럼 시장의 표적화 기법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