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최고로 이끈 ‘전설’…두터운 신임 바탕으로 경영위기 돌파 행보 기대

올 2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이 일선에서 물러났던 CEO를 다시 영입해 주목된다.

   
▲ 최길선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

현대중공업은 12일 최길선 전 대표이사 사장을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총괄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 2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함에 따라 취해진 비상경영체제의 일환이라는 현대중공업 측의 설명이다. 회사는 지난 2분기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1973년 회사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최 신임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플랜트산업협회 회장으로 활동중이다.

최 회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1972년 현대중공업 설립에 중대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어 1984년 임원에 오른 그는 한라중공업 조선사업본부장 부사장을 거쳐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을 모두 지냈다.

40여년 세월 동안 조선업에 몸바치며 우리나라 조선업이 세계 정상에 오르는데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업계 처음으로 조선협회장직과 플랜트 협회장직을 함께 맡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내부에서도 최 회장에 대한 신임은 절대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 조선경기가 급락하면서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경영위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무보수 경영’을 선언한 장본인이다. 이후 2009년 11월 퇴진할 때까지 급여를 받지 않았다.

   
▲ 지난 2007년 당시 쿠웨이트 KOC 공사현장을 찾은 최길선 사장의 모습 / 현대중공업 제공

과거 최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모습도 꽤 인상적이었다.

최 회장은 당시 송재병 현대미포조선 사장과 함께 “회사가 좀 더 젊어지고 역동적으로 변해야 한다”며 동반사퇴를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최 회장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직을 맡은 인물이 당시 부사장이던 이재성 현 현대중공업 회장이다.

현대중공업은 최 회장의 두터운 인맥과 경험, 경영능력을 활용해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재성 회장은 회사 전반적인 경영을 담당하고, 최길선 회장은 2분기에 주로 적자를 낸 조선·해양·플랜트를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는 이번에 후임인 이 회장이 과거 수장을 다시 현역으로 불러들인 것을 두고 가중되고 있는 경영난을 타개할 ‘해결사’로 최 회장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