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어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까지 내려와 정박할 때까지 포착하지 못했던 경위를 설명하는 국방부의 언론브리핑에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이 참관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방부와 청와대 간 사전 조율 의혹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해당 행정관이 국방부 관계자들과 어떤 협의나 조율을 한 바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이 국방부의 진상 은폐·축소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확대될 조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안보실 소속 행정관이 국방부 브리핑 현장에 있었다”고 밝히고, “당시 언론보도 상황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여론이 흘러가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행정관은 현역 해군 대령급 군인 신분으로 17~19일 사이 2∼3번 정도 국방부를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어선 귀순 상황과 관련해 15일 해양경찰청 보고를 이미 받은 청와대가 이후 국방부의 사실과 다른 발표를 현장에서 듣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사실상 국방부 발표를 묵인했거나 사전조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시 국방부 브리핑 때 국방부 관계자와 합참 관계자가 북한 어선의 남하 경위를 설명하면서 어선을 최초 발견한 곳을 삼척항 방파제가 아닌 ‘삼척항 인근’이라고 표현해 거짓 해명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군이 북한어선을 식별하지 못하면서 경계작전 실패가 드러났음에도 당시에는 “경계태세에 문제가 없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특히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군 당국의 설명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미뤄볼 때 청와대와 군이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사전조율을 거쳤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군 내부에서도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 기자실에서 진행되는 비공개 브리핑에 참석하는 것을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과거 특정 사안에 대한 언론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국정원이나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직원들이 관행적으로 브리핑을 참관했던 행태를 청와대가 한 것 아니냐는 비난마저 일고 있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는 정부가 사건을 숨기려고 한 것이 아니고, 국방부가 앞서 해경이 15일 낸 보도자료를 인지하지 못해 브리핑을 잘못 했다는 입장을 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부가 해경이 낸 보도자료를 인지하지 못한 것)을 포함해서 조사를 하고 있다”며 “해경은 사건 발생 이후 신속하게 청와대 등에 보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청와대가 처음부터 해경의 보고를 받아 상황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국방부에서 다른 브리핑을 낸 이후 의혹이 번져나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바로잡지 않았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국방부 브리핑에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한 사실이 의혹을 키우고 있는 이유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앞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만나 “(선박이) 북쪽에서 우리 쪽까지 오는 과정에서 제대로 포착하거나 경계하지 못한 부분, 그 후 제대로 보고하고 국민께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문제점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귀순한 북한주민에 대한 정상적인 조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이들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와서는 안된다. 정상적인 귀순을 처리하는 절차에 몇가지 사고와 구멍이 생겼다”고 했으며, ‘대통령의 경계태세 지적과 관련해 국방부와 해경은 물론 국가안보실도 점검 대상’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에 정박했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어선이 삼척항 내에 정박한 뒤 우리 주민과 대화하는 모습./KBS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