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북한 방문으로 6월 한반도를 둘러싼 정상외교전의 막이 올랐다. 이달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이 잇달아 개최되고,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9일 방한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시 주석의 방북은 북미 간 진행되던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인 상황에서 북한 문제에 중국이 본격 개입하겠다는 신호탄이 됐다. 동시에 북미대화의 ‘촉진자’ ‘중재자’ 역할을 해오던 문재인 대통령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이전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해놓은 상태지만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한 문제 해결 구도가 남북미 3자에서 남북미중 4자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그동안 남북미 3각 구도로 협상이 진행됐지만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인 중국이 평화협정 문제를 거론하면서 4자 프로세스로 들어올 것이다. 이것에 대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시 주석이 방북하기 전 이례적으로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발표했고, 이를 통해 “조선측의 근거 있는 우려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이같이 분석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개입이 예상보다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구상대로라면 평화협정은 비핵화 과정의 맨 마지막 상응조치이다.
따라서 중국이 앞으로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하느냐에 따라 북한이 미국의 셈법 바꾸기를 거세게 몰아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 입장에서 마냥 판을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G20 기간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문제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 것이라는 관측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 관여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스인홍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19일 서울에서 열린 2019 한반도국제평화포럼(KGFP)에서 “북한 문제에 있어서 다자간 프레임은 미국도 북한도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중국이 대만이나 홍콩 등 해결해야 할 이슈가 있는데 굳이 한반도 문제에 깊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도 한반도 문제에 중국이 개입한 ‘4자 구도’와 관련해 북핵 문제는 결국 북미 간 풀어가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을 통해 시 주석의 방북으로 한국의 비핵화 중재‧촉진 역할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언론은 한국 역할을 중재자, 당사자 등의 표현을 쓰는데, 그런 규정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이루기 위해 가장 빠른 방법을 찾아 나설 것”이라며 “곧이어 한미정상회담이 이뤄지기에 전반적 상황을 큰 그림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시진핑 주석의 방북과 관련해 “우리정부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말로 “사전 협의가 있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물론 시진핑 주석의 방북이 북한 비핵화 진전에 일정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도 이미 문재인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있어서 한계를 알고 있고, 따라서 북미 간 교착 국면을 풀기 위해서라면 시 주석의 입장이 비록 트럼프 대통령과 다르다 하더라도 중국의 개입으로 변화를 불러 돌파구를 마련해보자는 구상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문재인정부의 중재 역할의 한계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한국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더구나 북한도 한국을 믿지 못하고 있다. 북미가 모두 한국을 상대방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한미 워킹그룹과 같은 남북미 워킹그룹을 만들 수 없게 됐고, 이 때문에 비핵화 실무협상이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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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 평양 순안공항(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조선중앙통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