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빅3, 올해 LNG선 발주 27척 중 21척 수주
컨테이너·벌크 수주 無…“황산화물 규제·무역전쟁 탓”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사진=대우조선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가 연일 LNG(액화천연가스)선 수주 소식을 전했지만 동시에 이러한 긍정적인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상선 3종인 벌크·컨테이너·탱커 수주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LNG선 발주 심리가 위축될 경우 전체 시황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6일 “탱커는 아직 예년만큼 업황이 올라오지 못했고 컨테이너선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발주 상황이 좋지 않다”며 “LNG선이란 특정선종에 편중돼 있는데 LNG 발주 심리가 고꾸라지면 휘청댈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27척 중 21척을 한국 조선사가 수주했다. 이는 72.6억달러의 신규수주로 전체 발주(273.4억달러) 중 26.5%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이 10척으로 가장 많고 대우조선해양이 6척, 현대중공업그룹(삼호중공업·현미포조선 포함)이 5척을 손에 쥐었다.

LNG선 수주 곳간은 당분간 두둑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에너지회사 아나다코페트롤리엄은 올해 3분기 모잠비크 LNG 개발 프로젝트용 LNG선 15척을 발주키로 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국내 조선 빅3와 일본 2개 조선업체 등 5개사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LNG선 40척을 발주할 카타르의 LNG선 수주전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이 뛰어 드는 것도 공식화됐다. 

이와 달리 국내 조선 빅3 업체 중 벌크·컨테이너를 신규 수주한 곳은 없다. 탱커선은 올해 대우조선이 6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이는 미국·중국간 무역전쟁으로 시장이 위축돼 전반적으로 벌크·컨테이너·탱커 발주량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1만2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57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10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다. 같은 기간 벌크선 발주는 92만CGT(27척)로 반토막났다. 초대형원유운반선(VL탱커)은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한 43만CGT(10척)을 기록했다. 

또 벌크선은 기술력보다 가격이 중요한 중형 규모의 범용 선박 중 하나다. 벌크선 시장은 선박 원가를 구성하는 요소 중 노무비(인건비)가 월등히 저렴한 중국이 독식하고 있고 국내 조선 3사는 사실상 이 시장에서 한발 빠져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하반기 대만 선사 에버그린의 컨테이너선 발주가 예상되지만 중국과 일본 등 후발주자도 눈독을 들이고 있어 각축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 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에버그린은 2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 발주를 계획하고 있다. 발주 규모는 17억달러로 입찰 후보로는 국내 조선 빅3와 중국 후동중화조선, 양자강조선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업황에 따라 희비를 겪어야 하는 ‘천수답 구조’이지만 국내 조선 빅3의 내부적인 수입구조를 보면 LNG선 수주량이 높았을 때 개별선종에 대한 이익률과 야드 전체 효율이 높다”며 “무역전쟁으로 범용 선박 시장이 숨고르기를 하며 하나 둘씩 발주를 고려하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박사는 "시황 회복이 완전히 안된 데다 오는 2020년 황산화물 규제 등으로 지난해보다 탱커, 컨테이너선에서 투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경제성장률 하향조정으로 전 세계 해운 교역량이 줄어들었지만 그나마 LNG선 발주가 이어지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