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혜진, 영화 '비스트'서 마약 브로커 춘배 역 맡아
"캐릭터 표현 위해 메이크업부터 문신까지…삭발 제안도"
"남편 이선균과 친구 같은 사이…작품 이야기에는 직설적"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얼마 전 제가 연기한 지 22년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도 안 돼' 했어요. 10대, 20대 때 첫발을 들이고 나선 '이 길이 맞나' 고민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왜 이런 시나리오가 없지', '이런 역할을 하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욕심도 있었고. 그런데 스스로를 놓게 됐어요. 욕심을 낸다고 될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았고… 다만 같은 것을 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완전히 다르거나 굉장한 깊이가 있는 캐릭터,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1998년 영화 '죽이는 이야기'로 데뷔한 전혜진은 '정글쥬스'(2002),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그놈 목소리'(2007), '더 테러 라이브'(2013), '사도'(2015), '뺑반'(2019) 등 작품에서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묵묵히 내공을 쌓았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장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낯설었고, 연기에 대한 고민은 쏟아졌다. 그럼에도 수백 번 수천 번 안면 근육을 바꿨고, 호흡과 감정을 계속해서 가다듬었다. 그렇게 전혜진은 충무로가 사랑하는 배우가 됐다.


   
▲ 영화 '비스트'의 배우 전혜진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NEW


현재 전혜진은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최고의 포털사이트 유니콘의 이사이자 KU그룹의 며느리 송가경으로, 영화 '비스트'에서는 마약 브로커 춘배로 활약하며 어떤 배우보다도 빛나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최근 '비스트'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혜진은 "요즘 좋은 배우들이 많아 늘 불안하고 자신이 없다. 많은 분들께 고맙게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는 겸손한 멘트로 전성기를 맞은 소회를 대신했다.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이성민)와 이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의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 전혜진은 한수에게 위험한 제안을 하는 정보원 춘배 역을 맡아 강렬하고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 영화 속 어떤 인물들보다도 춘배의 캐릭터가 강렬하다.

"감독님이 양아치스러운 느낌을 원하셨어요. 옷은 어딘가에서 얻어 입은 듯한 느낌이지만 춘배 나름의 모습이 있어요. 문신도 있고. 자신을 표현하는 게 누더기 옷일지언정 춘배만의 세계가 있는 것 같아요. 춘배의 스타일로 설정했던 스모키 화장, 피부 톤, 문신은 촬영하면서 많이 바뀌었어요.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게 있고 분장 팀에서 '이건 안 어울려요' 하는 것도 있어서… 삭발을 제안하기도 하셨어요. 정말 많은 분장을 시도해봤죠."

▲ 어두운 분위기와 파격적인 캐릭터, 촬영 후 여운이 깊었을 것 같다.

"놀랐죠. (영화가) 이 정도까지 어둡구나. 저도 감독님 머릿속에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춘배라는 캐릭터가 튈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칫하면 위험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저한테 '괜찮아, 더 가도 상관없어'라고 하셨어요. 다른 캐릭터들까지 다 그렇게 딥할진 몰랐어요. 영화를 보고 나니 '다들 힘들었겠다' 싶더라고요."


   
▲ 사진=영화 '비스트' 스틸컷


▲ 이정수 감독이 집요하게 디렉션을 했다고.

"첫 촬영이 차 안에 있는 한수를 불러내는 신이었어요. 그 전에는 대본 리딩을 하고 이야기만 하던 걸 실제로 보시곤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셨어요. 촬영 내내 '그 때의 그 무엇인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전 제 나름대로 춘배의 캐릭터 안에서 절실함을 드러냈는데, 감독님은 그 이상을 원하셨어요. 마지막에는 악마까지 봤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 '비스트'로 처음 액션 연기에 도전했다. 소감은?

"'드디어 액션을 하는구나' 하고 촬영할 땐 되게 신났어요. 제가 평소 잘 안 움직여서 몸을 잘 쓰는 것에 대한 이상이 있었죠. '툼레이더' 같은 모습 있잖아요. 그런데 영화를 찍고 보니 '이거 완전 노동인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것과 현실은 다르더라고요. 몸도 생각보다 안 따라주고. 이성민 오빠가 액션에 대해 잘 알아서 많이 의지했어요."

▲ 강도 높은 액션 신이 많았는데 부상은 없었나.

"촬영 당시가 너무 추워서 무릎에 핫팩을 붙였는데 화상을 입었어요. 근데 바지가 너무 타이트해서 벗을 수도 없어… 그리고 제가 아프면 아픈대로 참는 스타일이라. 지금도 무릎에 흉이 있어요. 군화도 조금 불편했고… 다 불편했어요. 춘배 불쌍해요.(웃음)"

▲ '비스트'를 관객들에게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면.

"'누구나 마음속에 짐승 한 마리는 키우고 있다'는 대사가 있잖아요. 전 인간이 나약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나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늘 생각하는 건데 '비스트'가 깊게 생각할 수 있게 해줘서. 스토리의 재미도 있지만 그런 메시지 때문에 시나리오로 봤을 때보다 더 큰 감흥이 왔어요."


   
▲ 영화 '비스트'의 배우 전혜진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NEW


▲ '비스트' 홍보 일정과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쉬는 날에는 집에만 있어요. 자거나 애들 숙제 시키고… 이래저래 버티고 있어요. 그래도 집보다 밖이 편해요. 아이 보는 게 너무 힘들거든요. 그리고 예전보다 연기에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작품 안에서 풀 수 있잖아요. 때려부수기도 하고 욕도 하고.(웃음)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지점들이 있어서 많이 즐기는 편이에요."

▲ 남편 이선균과는 작품,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인가.

"예전에는 알리고 싶지도 않았는데 요즘에는 물어보고 싶더라고요. 근데 서로 귀찮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무관심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서로 '각자 하자' 이렇게 돼서… 그래도 좋은 건 '좋다', 아닌 건 '이건 아니다'라고 정확히 얘기해주고, 친구처럼 됐어요. 집에만 있다 밖에 나왔을 땐 (이선균이) 엄청 응원했는데, 막상 나오니 허전해하고 불안한 부분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 '기생충'으로 생애 첫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이선균, 칸 선배(?)로서 해준 조언이 있다면.

"제가 꼭 가보라고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칸에 갔을 당시 제 상황이 불안정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막상 가 보니 축제인 거에요. 칸에서는 영화를 공연 보듯 즐기더라고요. 관객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전 되게 놀랐어요. 레드카펫도 '난 너희 이렇게 환영해줄 거야'라는 느낌이 있다 보니 저절로 자세를 취하게 되고.(웃음) 재밌었어요."


   
▲ 영화 '비스트'의 배우 전혜진이 미디어펜과 만났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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