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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응 경총 전무 |
지난 13일 철도노조 파업을 이유로 모든 사회적 대화 참여를 거부해 왔던 한국노총이 입장을 철회하고,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선언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노·사·정간 대화와 타협은 갈등을 최소화하고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바람직한 결정이다.
노동계의 사회적 대화 참여거부로 인해 금년 상반기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사정 소위에서 근로시간단축,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시행, 통상임금 범위 조정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노사정이 참여한 국회 환노위 산하 소위원회 논의는 아무런 성과 없이 종료됐다. 사실 노사간에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노사문제를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풀겠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출발이었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노사관계 주요 이슈에 대한 법개정 논의는 하반기 국회에서 재차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는 19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이 새롭게 됨에 따라 친(親) 노동계 의원을 활용한 노동계 편향적 노사관계 법개정 시도를 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계 출신 의원들의 상당수가 잔류하는 가운데 학생운동 또는 노동운동 경력이 있는 일부 의원이 추가로 합류함에 따라 노동계 편향적 행보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하반기 법개정 논의 중에서도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장시간근로 개선과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현행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허용되는 근로시간을 주52시간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앞서 생산 차질을 해결하기 위한 생산성 제고 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 차질에 대한 해결방안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2012년 기준으로 OECD 평균의 63%에 불과해, 미국, 프랑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주요 글로벌 자동차 기업 중 완성차 한 대를 만드는데 30시간 이상 소요되는 곳도 국내 기업뿐이다.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더욱 심각해서 대기업의 35%에 그치고 있다. 이런 낮은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생산성 제고 방안에 대한 협조는 외면하고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만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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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노동이슈가 노사간에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대기업협력사 노조 설립 문제등을 파상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계가 친노동의원들과 연계,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을 국감증인과 참고인으로 줄소환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는 노사관계를 왜곡시킬 뿐이다. 노사이슈의 정치쟁점화는 지양돼야 한다. 현대차 이경훈 노조위원장이 통상임금문제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통상임금 문제 역시 하반기 노사관계의 주요 쟁점이다. 통상임금 관련 논란은 우리나라의 복잡한 임금체계와 임금 총액 중심의 임금 인상이 아닌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별도로 인상하는 잘못된 관행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금년 임단협부터 통상임금 범위 조정과 별도로 임금조정은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지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취지 역시 임금은 총액을 기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위에서 언급한 근로시간, 통상임금과 정년 등 최근 노사관계 이슈들은 모두 기형적이고 복잡한 임금체계에서 비롯된 특징이 있다. 또한 직무나 성과와는 무관하게 연령, 근속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로 인해 부작용도 심각하다.
우리 임금체계의 연공성은 유럽국가 뿐만 아니라 이웃의 일본보다도 높다. 신입사원 대비 20~30년 근속자의 임금수준이 유럽은 1.1~1.9배, 일본은 2.4배인 반면, 우리나라는 3.1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생산성과 괴리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는 수량적 유연화에 대한 유인을 강화시킨다. 비정규직의 확산을 가져오고 청년, 여성 등 신규진입자의 고용기회를 제약한다. 고령자의 조기은퇴의 불가피성을 가중시킨다. 이 문제는 노동시장에 더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통상임금 범위 확대 논의에 앞서 연공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제로 변경시키는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편 금년 하반기 산업현장 노사관계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금년 상반기는 지난해에 비해 노사분규가 증가하는 등 2000년대 후반 이후 지속된 노사관계 안정 기조가 다소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3년간 무파업으로 잘 이끌어온 현대차 노사관계도 점점 더 갈등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추석 전 타결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하반기에도 공공부문 정상화 관련 노사 갈등과 대기업 협력사 노조 조직화, 금융권 구조조정으로 노사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은 9월 공공기관 중간 경영평가를 앞두고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양 노총 산하 공공부문 산별노조들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는 노정협의체 구성, 기재부장관 면담 등 노정(勞政)대화를 요구하고 노정 대화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는 공공기관 노조들이 일괄 조정을 신청하고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대기업 협력업체의 노사관계 불안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조의 파업이 장기간 진행된 가운데 노동계는 대기업 협력사 노조 설립 및 투쟁 과정에 정치권의 개입을 유도해 노사문제의 정치이슈화를 시도하고 있다.
노동계는 파업 등 극단적인 현장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협력업체 노사관계를 주요 이슈로 제기하려 하고 있다. 해당 기업 및 원하청 관계에 있는 기업 경영진을 대거 증인 및 참고인으로 소환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부 정치권의 노사관계 이슈의 정치쟁점화 시도는 노사관계를 왜곡시키고 노사관계 발전을 저해할 뿐이므로 노사관계의 정치화 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을지로위원회의 노사관계 개입도 중단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금년 하반기 노사관계는 노사관계 법제도 개정과 공공기관 및 대기업 협력사 노사관계의 부각과 정치쟁점화 등으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노사관계 제도를 산업현장에 연착륙 시키고 상생의 노사관계를 만드는 첫 걸음은 법과 원칙의 테두리 내에서 노사 자율이라는 대원칙을 지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선언한 만큼 사회적 대화 논의가 정상화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사 모두가 책임 있는 주체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