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피더 컨테이너선 전문 조선사로 평가받고 있는 대선조선의 다대조선소 전경. /사진=대선조선 제공 |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대선조선, 성동조선해양 등 중형 조선사들이 올해 중형 탱커 등 시장이 침체되며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와도 새 주인 찾기에 녹록지 않은 신세를 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산업·고용정책 병행, 노후화 공장 시설 폐기 등을 통해 조선 생태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진단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을 6개월 추가 연장키로 했다.
지원기간이 늘어나면서 고용 부담이 있는 사업장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무급으로 휴직 중인 근로자는 하루 최대 6만6000원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지원 추가 연장은 “수주 개선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3사를 위주로 진행돼 중형 조선소, 협력업체와 기자재 업체의 경영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형 조선사들은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중형 조선소는 상선 길이 100m 이상, 1만DWT(재화중량톤수) 이상 또는 이에 상응하는 특수선을 건조하는 조선소로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등이 있다.
이 중 대한, 대선 등 2개사만 현재 정상적으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대한조선은 대형 수에즈막스급 탱커 2척에 이어 지난 달 그리스 미네르바와 아프라막스 탱커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대선조선은 지난 3월 국내 선사들로부터 1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했다.
나머지 조선소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올해 들어 중형 탱커시장이 더욱 침체됐고 국내 중형 조선사들의 구조조정도 완료되지 않아 정상적 영업이 가능한 조선사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STX조선해양의 경우 지난 14일 산업은행으로부터 5만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2척에 대한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에 성공해 수주계약을 확정했지만 피나는 회생계획안을 이행 중이다.
|
|
|
▲ 2019년 1분기 국내 중형조선소의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사진=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제공 |
한진중공업은 지난 1월 자회사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가 지난 3월 채권단의 6874억원 출자전환 결의로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2007년만 해도 수주잔량으로 전 세계 8위를 차지한 성동조선해양은 3차 매각이 불발되며 파산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형 조선사들의 수주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1% 줄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사들이 인수·합병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지만 중형 조선소들은 주력 선종이 겹치지 않아 이마저도 어렵다. 대선조선은 소형선박, 대한조선은 11만톤급 아프라막스 유조선, STX조선해양은 5만톤급 중형 유조선 등 건조에 주력한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한국의 중견·중형급 조선소들이 사라지면서 중국이 그 자리를 차고 들어와 경험을 쌓는데 도움을 준 격"이라며 "회생 방안으로는 일단 RG발급 조건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양종서 해외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RG발급의 경우 정부가 살려야겠다 판단하면 지정해서 어디까지 금융을 지원해야 한다 지시하고 은행건전성을 어디까지 허용하겠다고 해줘야만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할 경우 은행이 선주사에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는 지급 보증이다. 현재 국내 중형 조선소들은 최근 금융권의 까다로운 발급 조건 때문에 RG 발급을 받지 못해 선박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란 지적이다. 또 RG 보증 지원액 2000억원도 중형선 한척당 400~500억원에 달하는 시장 가격을 고려하면 부족한 규모라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일본은 지방의 중소형 조선소 중심인데 이들 간 공동연구가 어떻게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며 "scrap & build(노후화 공장 시설 폐기 폐지) 방식, 산업정책, 고용정책 등을 병행해 조선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