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접견하고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벤처기업 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교육, 정책, 투자, 예산 등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전폭적 육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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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
손 회장은 “AI는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젊은 기업가들은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투자된 기업은 매출 늘고, 이는 일자리 창출을 가져오며 글로벌기업으로 확장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손 회장은 “구체적인 정책과 전략은 다른 사람들이 해도 되지만 대통령은 비전을 갖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대기업은 자금력이 있어 스스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혁신벤처창업가들은 자금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젊은 창업가들에게 투자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문 대통령은 “한국시장의 규모는 한계가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계시장으로 진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AI 전문인력 양성 분야에도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으며, 이런 문 대통령의 세가지 제안에 대해 손 회장은 흔쾌히 “I will!”이라며 대답했다고 고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국이 AI 분야에서 늦게 출발했을 수 있지만 강점도 많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뤘고, 이미 만들어진 개념을 사업화시키는 데에는 단연 앞서 간다”며 한국 AI 분야에 투자를 재차 당부했다.
손 회장은 “한국이 인공지능 후발국이지만 한발 한발 따라잡는 전략보다는 한번에 따라잡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인공지능 활용 중심전략의 필요성을 제시했다고 한다.
특히 손 회장은 “세계가 한국의 인공지능에 투자하도록 돕겠다”며 “한국도 세계1등 기업에 투자해라. 이것이 한국이 인공지능 1등 국가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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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공주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카츠노리 사고 부사장, 손 회장, 문규학 고문,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고민정 대변인, 이호승 경제수석, 노영민 비서실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통역, 문 대통령,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상조 정책실장./청와대 |
이날 문 대통령과 손 회장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6월 일본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해 손 회장과 대담을 나눈 일이 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언급하며 “2012년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했을 때 손 회장의 아시아슈퍼그리드 구상을 듣고 큰 영감을 받았고, 동북아슈퍼그리드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며,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제2벤처 붐 가속화를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조언을 부탁했다.
또 문 대통령은 “손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 당시 초고속 인터넷망 필요성과 노무현 대통령 당시 온라인게임 산업육성을 조언했었다”며 “그것이 당시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손 회장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한국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 조언을 소개하며, “현재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세계1위 국가로 성장하고 수많은 IT우수 기업이 배출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손 회장은 “지난 20년간 1인당 GDP가 일본이 1.2배, 미국이 1.8배 성정할 동안 한국은 3.7배나 성장한 것은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과감하고 시의적절한 투자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이름으로 마사요시인 손 회장은 한국계 일본인으로 일본 최대 IT 투자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창업자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는 차량공유기업 우버의 최대 투자자이고,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공유기업인 그랩,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등 전 세계 혁신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예정시각보다 8분 일찍 도착해 김현종 2차장 등 우리 측 배석자들과 환담을 나눴다. 김 차장이 양복 주머니에서 명함과 만년필을 꺼내 손 회장에게 전하자, 손 회장이 여기에 무엇인가를 적어 다시 김 차장에게 전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날 접견에는 소프트뱅크 측에서는 손 회장 외에 카츠노리 사고 부사장과 문규학 고문이 배석했다. 카츠노리 부사장은 골드만삭스 그룹 임원 출신으로 현재 소프트뱅크그룹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영민, 중소벤처기업부 박영선 장관이 배석했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이진석 정책조정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손 회장은 지난 1999년 12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2003년 7월 노무현 전 대통령을, 2011년 6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2016년 9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접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