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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
필자는 포퓰리즘 복지정책을 강의할 때마다, 마무리는 꼭 스위스에 있는 ‘빈사의 사자상’을 보여주면서, 한국의 정치현실을 비판한다. 마침 스위스에 학회가 있어서, 사자상을 보기 위해 루체른을 들렀다. 그동안 사진으로만 보다, 실제로 보니 감흥이 새롭다.
지금은 전세계 관광객들이 돌아보는 관광지이지만, 사자상은 스위스의 슬픈 역사를 보여준다. 사실 스위스란 국가는 지금은 우리보다 4배 소득을 가진 국가지만, 과거엔 유럽의 가난한 국가였다. 지금은 알프스산이 국가적 자랑이지만, 과거엔 발전하는데 장애요인이었다. 모든 국가들에 공통된 현상이듯, 자국 내에서 먹고살게 없으면, 외국에 가서 몸으로 벌어야 한다.
스위스도 젊은이들이 용병으로 해외로 나가서, 가족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러다 1792년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를 지키고 있었다. 다른 국가들의 용병들은 모두 도망갔지만, 786명의 스위스 용병들은 장렬하게 죽음을 선택했다. 이유는 한가지였다. 유일한 먹거리인 용병직을 자식세대가 유지하기 위해서, 그들의 목숨을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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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자.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빈사의 사자상'은 스위스선조들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척박하고 가난했던 스위스는 인력들을 해외에 대거 내보내 일자리와 경제를 유지했다. 1792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16세의 왕궁을 지키던 786명의 스위스 용병들은 끝까지 혁명군과 싸우다가 모조리 전사했다. 그들이 죽어간 이유는 단하나. 후세들에게까지 용병자리를 물려주기위한 것이다. /사진 현진권=루체른(스위스) |
이러한 처절한 부모세대의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1820년에 지금의 사자상을 자연 속 절벽에 만든 것이다. 이 사자상에는 부모세대 역사 속의 처절함과 용맹함을 후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이 메시지가 스위스 정신이 되어, 지금 경제강국이 될수 있었던 배경일 것이다.
한국은 스위스보다 더 처절한 부모들의 역사가 있다. 6·25 전쟁 시기엔 많은 군인들이 그들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했다. 1960년대엔 가족들의 먹거리를 위해 월남전쟁에서 죽음을 담보로 싸웠다. 대학 나와도 취직할 수 없었던 그 시절엔 가족들의 먹거리를 위해,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이들이 가족들에 송금한 금액이 당시 GNP의 2%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은 가난한 나라였다. 1970년대엔 뜨거운 사막의 나라로 가서 모진 모래바람을 견디며 막노동을 한것도, 모두 가족을 위해서였다. 이렇게 우리 역사 속에 있는 아픔들은 모두 부모세대가 자식세대를 위해 선택한 것이었다. 부모세대는 자식세대엔 그들의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기꺼이 죽음을 포함한 희생을 선택했다.
이런 정신이 모든 국민들을 열심히 일하게 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한 게 아니고, 자식세대에 가난 대신 풍요를 주기 위함이었다. 이런 국민들의 에너지가 모여서, 한국은 선진국에서 150년 이상 걸렸던 경제성장을 30년만에 압축성장했던 것이다. 이런 면에선 스위스와 한국의 발전에는 공통점이 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선 복지 포플리즘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치권에선 모두 공짜복지를 정치상품으로 내세우고, 국민들은 좋아한다. 지역의 정치인을 뽑을때도 지역민의 세금을 아껴쓰겠다는 후보는 인기없고, 공짜예산 많이 가져다 예산폭탄 주겠다면, 뽑힌다. 모두 공짜로 주겠다는 소리 밖에 없고, 아껴쓰자는 소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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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사의 사자상'은 창궐하는 한국의 복지포퓰리즘 공짜복지 열풍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복지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는 독일광부, 월남전 파병용사, 중동 건설근로자 등이 피땀 흘려 이룩한 것이다. 지금의 공짜복지는 후세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나쁜 복지포퓰리즘이다. /사진 현진권=루체른(스위스) |
그나마 세금 올리자는 합리적 소리가 있어야 하지만, 그 누구도 세금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세금없는 공짜복지는 결국, 현재 세대가 공짜복지를 즐기고, 그 부담은 자식세대가 한다는 의미다. 우리의 압축성장의 배경에는 자식세대에게 번영을 물려주기 위한 부모세대의 자발적 희생이 있었다. 지금은 현 세대의 공짜복지를 즐기기 위해, 자식세대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이런 분위기의 선봉장에 서있다.
우리에게도 '스위스의 사자상'이 필요하다. 우린 과거 부모세대의 처절한 배고픔과 희생을, 공짜복지라는 달콤한 사탕 때문에 잊어버리고 있다. 부모세대의 처절했던 희생정신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압축성장이 가능하면, 압축퇴보도 가능하다. 우리에게도 과거 부모세대의 정신을 형상화한 한국의 사자상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스위스의 사자상은 786명의 죽음이 있었지만, 한국엔 훨씬 많은 부모세대들의 죽음과 배고픔이 있었다. 우리 부모 정신을 보여주는 한국의 사자상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스위스 루체른에서=현진권 자유경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