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MBC노동조합이 뉴스데스크 앵커였던 손정은 아나운서가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진정에 대해 비난하는 글을 SNS에 올린 것에 대해 “MBC 메인 뉴스 앵커까지 역임했던 사람이 비뚤어진 우월감과 이기심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MBC노조는 18일 사내 뉴스모니터 ‘공감터 54호’를 통해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복직했지만 최승호 사장 등 회사 측이 격리해 일을 주지 않으며 사내 전산망까지 차단했다고 노동부에 호소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본인이 사회공헌실로 발령 난 것은 아직도 울분과 눈물이 쏟아져 나올 만큼 억울한 일이라는 손정은 씨가 MBC에 입사했다 일자리를 잃게 된 후배 아나운서들의 처지에는 안쓰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 감정의 이중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당황스럽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나는 정규직이니 우대를 받아야 하고, 당신들은 계약직이니 부당해고를 당해도 된다는 것이냐”며 “MBC 메인 뉴스 앵커까지 역임했던 사람이 비뚤어진 우월감과 이기심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공감터 54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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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 MBC 사옥 /사진=연합뉴스 |
<공감터 54호> 손정은 씨, 당신도 계약직 아나운서였다
내 전보에 눈물 나오면, 남의 해고에는 피눈물이 난다
뉴스데스크 앵커였던 손정은 씨가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진정을 비난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복직했지만 최승호 사장 등 회사 측이 격리해 일을 주지 않으며 사내 전산망까지 차단했다고 노동부에 호소했다. 손정은 씨는 이에 대해 “어떻게든 MBC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며 몸부림치는 너희의 모습이 더 이상 안쓰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2016년 3월 아나운서국에서 사회공헌실로 발령 났는데 당시 아나운서 국장이 자신에게 주었던 고통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서 울분과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본인이 사회공헌실로 발령 난 것은 아직도 울분과 눈물이 쏟아져 나올 만큼 억울한 일이라는 손정은 씨가 MBC에 입사했다 일자리를 잃게 된 후배 아나운서들의 처지에는 안쓰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 감정의 이중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당황스럽다. 나는 정규직이니 우대를 받아야 하고, 당신들은 계약직이니 부당해고를 당해도 된다는 것인가? MBC 메인 뉴스 앵커까지 역임했던 사람이 비뚤어진 우월감과 이기심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손정은 씨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복직 호소를 동정하지 않는 이유로 이들이 파업 때 ‘대체인력’ 역할을 했다며, “시대의 아픔이 있고 각자의 입장이 있고 행동에 대한 책임이 있을 터인데, 너희가 사인한 비정규직 계약서와 진정으로 약자의 터전에 선 자들에 대한 돌아봄은 사라지고 너희의 ‘우리를 정규직화 시키라’는 목소리만 크고 높구나”라는 대단히 해석하기 어려운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도 “다가올 1심 판결을 기다려보자. 만약 법이 너희의 편이라면, 그때는 아나운서국 선후배로 더 많이 대화하고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게 무슨 뜻인가? 1심 판결로 정규직이 되면 그때는 동등한 인격적 가치를 인정하겠다는 것인가?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승소해 정규직이 되면 인격을 존중하고, 패소하면 함부로 짓밟아도 된다는 것인가? MBC 안에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추악한 차별의식이 또 한 번 노출되는 것 같다. MBC에서는 파업 때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여자 경력기자에게 남자 공채기자가 “재수 없는 년 지나간다”고 소리치는 등 숱한 차별과 인권 침해가 저질러져 왔다. 지금도 회사 내에서 보이지 않는 방법 등으로 각종 차별이 자행되고 있는데, 손정은 씨 같은 회사 내 중견 직원들이 이를 고치기는커녕 저열한 인권 의식을 답습하는 것 같아 참으로 유감이다.
손정은 씨, 당신도 계약직이었다
손정은 씨도 처음부터 정규직 아나운서는 아니었다. 2004년 부산MBC에 계약직 아나운서로 입사해 일하다 2006년 서울MBC 정규직 아나운서 공개채용에 합격했다. 부산에서 계약직으로 일할 때나 서울에서 정규직으로 일할 때의 손정은 씨는 다른 인격체가 아니었다. 그러면 모두가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무시하고 박해해도 손정은 씨는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혹시 부산MBC에서 계약직으로 일할 때 누가 손정은 씨를 천대했다면 그는 언론인 자격마저 의심스러운 아주 나쁜 사람이었을 것이다. 과거의 MBC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을 것으로 믿는다. 손정은 씨가 수백 대 일의 서울MBC 아나운서 시험을 치를 때 배경이나 청탁 없이도 합격했을 것이다. 과거 MBC에서는 손정은 씨가 무슨 대학교에 다녔는지를 따져 우대하거나 낮춰보지 않았다. 손정은 씨가 부산MBC에서 일할 때 모 정당 부산시장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지만 정치적 발언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손정은 씨가 지금 누리고 있는 지위와 명성은 MBC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기회와 관용과 혜택을 준 MBC에 손정은 씨는 “(유전자 때문에)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가량 된다” PD수첩의 초대형 오보로 되갚았다. 남을 비난하기에 앞서 스스로 되돌아보고 뉘우쳐야 할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손정은 씨도 본래는 착한 심성을 가졌으리라 믿는다. 다만 평범한 사람도 약자를 공격할 작은 정당성만 부여받으면 한없이 잔인해진다는 이른바 ‘악의 평범성’의 잘못이라고 믿는다. 6.25 때 인민군이 서울대병원을 점령하자 사회주의자인 의사와 간호사들이 안내해 국군 부상병과 가족들을 학살한 뒤 병원 앞에 시체를 쌓아놓고 둘러싸 춤을 췄다는 비극적인 기록과, 손정은 씨의 살기어린 글이 겹쳐 보여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선의로 가득 찬 많은 주장과 이념들도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으면 공허한 선동에 불과하지 않은가.
2019년 7월 18일
MBC노동조합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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