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구속영장이 20일 기각됐다. 김 대표에 대한 영장 기각은 이번이 두 번째다. 법원은 지난 5월 25일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김 대표에 대해 청구된 첫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김 대표의 횡령 혐의를 영장청구서에 포함시켜 ‘별건 수사’ 논란이 있었다. 본류 수사인 분식회계가 아닌 ‘횡령’ 혐의를 추가시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다만 두 번의 영장 기각으로 이 같은 검찰의 수사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법원에 따르면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약 3시간 30분 동안 김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이날 오전 2시 30분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가 수집돼 있는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와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 김모 전무, 재경팀장 심모 상무의 구속영장도 모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기각됐다.
검찰은 이번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김 대표 등이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으로 인한 부채를 감추다가 2015년 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며 회계 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부풀렸다고 봤다.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역시 거짓 재무제표로 이뤄진 만큼 위법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에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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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 밖에도 김 대표가 상장된 삼성바이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내는 방식으로 28억여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한 적법한 회계처리를 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일부 미비점이 있었더라도 자신은 회계 전문가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회사 성장 기여에 대한 정당한 성과급”이라며 “주총 의결 등 필요한 절차도 다 밟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김 대표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면서 검찰에 대한 여론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해 12월부터 삼성바이오에 대한 수사를 벌였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바이오에 대한 수사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수차례 제기됐다.
또 그동안 검찰은 분식 회계 ‘본류’ 보단 ‘별건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구속수사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횡령 카드’를 꺼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 검찰은 법원의 판단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혐의의 중대성, 객관적 자료 등에 의한 입증의 정도, 임직원 8명이 구속될 정도로 이미 현실화된 증거인멸, 회계법인 등 관련자들과의 허위진술 공모 등에 비춰 영장 기각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추가 수사 후 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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