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비방·매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일지 몰라도 무도(無道·도리를 어겨 막됨)하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날 참의원선거 승리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을 반박하는 글과 함께 외교적 갈등과 국론 분열을 증폭시키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민주국가에서 야당, 언론, 학자 등 누구건 정부와 판결을 비판할 수 있다”면서도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사법주권이 타국, 특히 과거 주권 침탈국이었던 일본에 의해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정부의 입장에 동조하거나 이를 옹호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조 수석은 이날까지 9일동안 페이스북에 일본 경제보복과 관련해 40여건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일본정부 비판을 넘어서 국민을 ‘친일’과 ‘반일’로 가르는 이분법적 여론전에 열을 올렸다.
18일에는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이다”라고 했고, 20일에는 “강제징용에 대한 개인배상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부정‧비난‧왜곡‧매도하는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조 수석이 지난 13일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죽창가’를 올리고 “남은 건 절치부심(切齒腐心)이다. 아베 정권의 졸렬함과 야비함에 조용히 분노하자”고 발언한 이후 연일 선동성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체주의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경고한다”는 등 강경 발언할 것이 아니라 일본을 대화에 나서게 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내는 국민과 언론을 향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고 낙인찍는 수법이 바로 전체주의 행태라는 지적이다.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출신에다 차기 법무부 장관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청와대 핵심 참모인 조국 수석의 현재 직분이 민정수석이라는 점에서 야당은 물론 여권에서도 조 수석의 시대착오적인 ‘친일 낙인찍기’ 행태가 놀랍다는 반응과 함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등과 진보적 사회문화비평지 ‘아웃사이더’를 창간한 대표 진보 지식인 김규항 씨는 21일 페이스북에 “이견은 모조리 이적이며 매국이다. 한국에서 반세기 이상 이 더러운 애국 선동을 도맡아온 것은 극우세력이었지만, 이제 자유주의 세력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조국의 ‘애국과 매국’ 발언은 그의 현재 이념, ‘개인의 존중’이라는 자유주의의 기본조차 팽개치는 자기 모독의 개소리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지난 15일 “고민하지 않고 노래 부르고, 페북질하는 건 전략가들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한 일이 있다.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22일 BBS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한·일 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들은 굉장히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분법적으로 단정해서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같은 날 “우리당이나 국민들 어느 누구도 일본 잘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청와대와 생각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죄다 ‘친일파’라고 딱지를 붙이는 게 옳은 태도인가”라면서 “이러니 문재인 정권이 사태 해결에 대한 생각은 없고,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고 한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