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아시아 국가를 순방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부 장관이 9일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예정인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더 많은 분담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 사이의 방위비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아주 명백하다”면서 “그는 동맹국들의 더 많은 방위비 분담을 바라고, 한국이 동맹 지원을 위해 제공하는 재원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한 글을 올려 이 문제를 촉발시켰다. 그는 지난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미국은 한국과 방위비분담금 지급 규모를 늘리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고 말하며 “그동안 한국으로부터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나는 수년간 불공평하다고 느꼈다”며 불만도 드러냈다.
또 지난달 23~24일 방한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국방부, 외교부, 청와대 등을 차례로 방문하는 일정 중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기존의 5~6배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는 말도 나와 있다.
이에 정부는 분담금 협상이 아직 시작조차 안됐고, 분담금 증액에 동의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미국과의 내년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공식적으로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8일 “방위비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지난달에 미국 고위인사도 방한을 했었고, 그 계기에 앞으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상 대표단 구성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미국도 아직 대표단이 구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언급으로 볼 때 에스퍼 장관의 한국에서의 첫 임무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논의가 될 가능성이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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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에스퍼 장관은 이날 먼저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이어 국방부 장관을 만난 뒤 오후에 청와대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2014년 9200억원, 2015년 9320억원, 2016년 9441억원, 2017년 9507억원, 2018년 9602억원으로 연간 인상률은 약 1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3년 체결한 방위비 분담금 5년(2014~2018년) 계약이 만료돼 지난해 임시로 체결한 2019년 1년 분담금은 1조389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800억원이 인상됐다.
게다가 미국은 앞으로 수조원을 더 청구할 것으로 알려져 그 액수가 40억달러~50억달러(약 5~6조원) 수준에 달한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경우 현재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함께 한국정부에 삼중고를 안길 전망이다.
그동안 우리정부는 일본과 ‘경제 전쟁’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관여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아베정권이 미국의 관여를 바라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행정부의 강력한 중재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북한이 연일 미사일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 문제가 없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밖에 에스퍼 장관은 한국정부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하거나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문제를 꺼낼 가능성도 크다. 다만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에서 지난 2일 탈퇴한 이후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계획은 한국이 아니라 동남아 지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지만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날 오전에도 청와대는 볼턴 보좌관이 지난 방한 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48억달러 방위비 분담금을 제시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지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는 지소미아 유지 문제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 등과 맞물려 정부가 풀어야 할 난제로 떠올랐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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