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11일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이 시작되는 것에 대해 “한미훈련을 즉각 중단하거나 이에 관한 해명없이는 남북 간 접촉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에는 ‘새 무기’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도 발사했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미사일 발사를 사과하고 한미군사훈련이 종료되는 대로 협상을 재개할 것을 희망한다는 ‘친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북한이 ‘통미봉남’(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협상)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군사연습의 이름을 바꾼다고 이번 고비를 무난히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잘못 짚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대통령까지 북측의 상용무기개발시험을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아주 작은 미사일 시험이라고 하면서 사실상 주권국가로서의 자위권을 인정했다”면서 “앞으로 대화를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이러한 대화는 철저히 북미 사이의 대화”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은 병력과 장비를 실제로 가동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명칭도 당초 ‘19-2 동맹’이 유력했으나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동맹’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이름만 바꾼다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전날 발사체를 다시 쏘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이후 다섯 번째 도발이다. 북한은 이번에는 “김정은 동지가 새무기의 시험사격을 지도했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무기 명칭이나 특성도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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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전날 새벽 함경남도 함흥 일대서 단행한 무력시위 관련, "김정은 동지께서 8월 10일 새 무기의 시험사격을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통신은 무기 명칭이나 특성 등은 언급하지 않은 채 발사 장면 사진만 여러 장 공개했다./노동신문 |
특히 청와대는 전날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응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신 화상회의를 열었으나 북한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그동안 북한의 발사체 도발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NSC는 한번도 열리지 않았고, 이날에는 NSC 대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관계장관회의만 열렸지만 북한의 외면을 받은 셈이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에게는 단거리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사과 내용까지 담은 친서를 보내면서 대화 재개 의지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김 위원장이 친서에서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대로 만나고 싶고, 협상 재개를 희망했다”며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는 상당히 길었으며, 터무니없고 비용히 많이 드는 연합훈련에 대한 비난을 담은 내용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에 대한 김 위원장의 사과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 재개를 희망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적극 화답하면서 한미연합훈련이 종료되는 이달 말쯤 북미 간 실무협상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하지만 ‘한미훈련 해명’이라는 황당한 조건을 내세워 “남북대화는 없다”고 말하는 북한이 청와대 회의에 대해서도 “겁먹은 개가 요란스럽게 짖어댄다”라며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있어 북미협상이 시작되더라도 남한의 관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의 10일 신무기 시험 발사를 포함해 최근 발사체 발사는 군사력의 현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스칸데르와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에 이어 또 다른 신형 탄도미사일이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며 “핵이 아닌 재래식만으로 한반도 전체를 목표로 억지능력을 달성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전날 오전 5시34분과, 오전 5시 50분쯤 함경남도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두 발을 발사했다. 군은 이번 발사체가 고도는 약 48㎞, 비행거리는 400여㎞, 최대 속도는 마하 6.1이상으로 탐지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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