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과 혁신부장 전교조 핵심, 수행평가 점수 미끼 학생들 9시등교 의견쓰게 해

   
▲ 정은수 한국교육신문 기자
“의정부여중 같은 경우에는 학생 전체의 의견으로 저한테 9시에 등교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해왔고요.”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9시 등교 정책에 대한 공식적인 실태조사 여부를 묻자 한 답이다. 언뜻 보면 학생의 대다수가 9시 등교를 원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이후 경기도교육청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은 반대의견이 80%가 넘는다. 어떻게 된 일일까? 왜 한 학교에서만 유독 수백 건에 달하는 찬성 의견이 나왔을까.
 

이유는 학생들의 게시물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제목은 ‘이재정 교육감에게 요구하는 우리가 만든 교육정책’으로 거의 일색이다. 마치 네티즌들이 ‘알바냐’고 댓글 달아야 할 정도로 천편일률이다. 알바라면 알바다. 점수 알바.
어떻게 알 수 있냐고? 학생들의 게시물을 살펴보면 모두 ‘의정부여자중학교 3학년 ○반 ○조 ○○○, ○○○, ○○○, ○○○’이라고 말미에 명시하고 있다. 과제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 학교의 2014학년도 교육과정 자료를 보면 ‘지방선거 정책제안’ 과제가 사회과목 수행평가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학생 모두가 당연히 게시물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행평가 점수를 미끼로 정책 제안 게시물을 쓰게 했다고 해도, 왜 교육감의 공약정책을 일률적으로 지지했을까. 왜 교사들은 ‘9시 등교’ 지지 게시물을 올리는 과제를 내줬을까. 그 배경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정부여자중학교라는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알 필요가 있다.

   
▲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강조하는 학생들의 9시 등교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이재정교육감은 의정부여중생들이 한꺼번에 9시 등교를 찬성하는 청원서를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의정부여중 교장은 전교조 경기도 지부장을 직전까지 지냈다. 이 학교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행평가점수를 미끼로 9시등교를 찬성하는 글을 보내게 했다. 9시등교는 학생이나 학부모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다. 유독 의정부여중만 100% 찬성한다며 가장 먼저 이를 실천했다. 좌파 교육감이 전교조 학교와 연대해서 학교정책을 급진적으로 비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그나마 ‘혁신학교’라는 사실을 언급했지만 의정부여중은 단순한 혁신학교가 아니다. 한 언론에 따르면 경기북부 중등 혁신학교 교사모임이 2010년 7월 밤샘 토론 끝에 결정한 혁신학교다. 말하자면 전략적으로 혁신교육의 첨병으로 선정된 학교다. 이 때문에 김상곤 전 교육감은 취임 3년을 맞아 이곳에서 일일 교감을 했다.
 

이 쯤 되면 구성원을 대략 예상해 볼 수 있다. 의정부여중은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에 “노동탄압”이라며 “분회의 역량을 모아 어떤 어려움도 당당하게 뚫고 나갈 것을 결의한다”고 성명서를 낸 강성 전교조 분회를 가진 학교다. 당시 분회원은 19명. 2013년도 정규교원 수가 44명이었으니 대략 43%다. 전국 평균 13.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전교조 교사 비율이다.
 

뿐만 아니다. 초대 혁신부장은 전교조 정책연구국장 출신에 혁신학교 서적만 3권을 낸 ‘혁신학교 전도사’다. 현직 사회교과 교사도 전교조 시·도지부의 혁신학교 연수 강사를 맡은 바 있다. 지난해 1월 열린 전교조 제12회 참실대회 중등 학교혁신분과 발표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전교조 학교혁신특위 집행위원장이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인수위원이고, 그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전부 이 학교 교사들이다.
 

이 정도까지도 약과다. 교장이 전교조 전 경기지부장이다. 그것도 이 학교 교장이 되기 직전까지 직을 수행했다. 아직도 본인은 SNS에서 자신을 전교조 경기지부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 교육감의 정책을 측면 지원할, 아니 이 교육감 정책의 선봉에 나설 만한 충분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이 교육감의 인터뷰 5일 후인 25일 언론지면에는 ‘의정부여중 9시 등교 첫 시행’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도배됐다. 하필 그 ‘특이한’ 의견을 가진 학교가 정책이 반대여론에 부딪힌 순간 논란이 끝나기도 전에 앞장서 9시 등교를 시행하면서 돌파구를 연 것이다. 어째서 이 학교 학생들‘만’ 유독 9시 등교를 원했는지는 아무도 쓰지 않았다. /정은수 한국교육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