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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
대한민국 국회의 연이은 표류를 염려한다
지금 새민련이 새누리당과 합의했던 세월호 특별법(안) 합의를 2차례에 걸쳐 파기하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광화문 광장 단식농성에 합류하며 외통수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럼으로써, 자신들이 소집해놓은 임시회에서의 분리 국정감사 등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9월 1일 열리는 정기국회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힘들 전망이다. 2013년에도 시청 앞 광장 농성으로 정기국회가 장기간 공전된 바 있었다. 이제 다시 그런 일이 재발할 조짐이 보인다. 이로써 대한민국 국회가 세월호 참사 뒷처리라는 조류에 휘말려 표류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막대한 인명피해를 냈던 해상교통사고 세월호 침몰사건에서는 사후적으로 사고가 나고 피해를 키웠던 몇 가지 원인이 밝혀졌다. 첫째는 항해사 조타수의 변침 잘못이었고, 둘째는 평형수 부족과 화물과적이었다. 셋째는 탈출지시를 하지 않고 본인들부터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선장과 선원의 무책임이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 국회가 표류하는 모양새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국회의장과 각각의 교섭단체 원내 대표는 국회를 제대로 조타(操舵)하고 있는 것인가? 또 국회에서는 이 표류로부터 중심을 잡아줄 ‘평형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국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법안 개폐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인데,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회가 하루 빨리 일부 세력의 무리한 요구들로 인한 이 표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자칫 이 표류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면 국회도 동반 침몰되고, 민생경제도 침몰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경제가 어려운 시기 그리고 국제정세가 숨가쁘게 돌아가는 변화의 시기에 나라까지 침몰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국회의장(정의화)과 새누리당 운영위원장(이완구)의 책임있는 자세야말로 국회표류 해결의 열쇠다
대한민국 국회의 현재 모습을 간단히 살펴보자. 첫째, 국회의 조타수는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들인데 이들이 국회의 의사일정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국회의 평형수는 국회법인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의장과 위원장들이 국회법과 규칙에 따라서 본회의 및 상임위원회의 진행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법이 무시되고 있다.
셋째, 국회의 화물 과적은 국회 책임정당이 아닌 소수당이 국회법에도 없는 상임위원장 나눠먹기(특히 법사위)를 하고 있는 것인데, 이로 인해 법사위(위원장 이상민, 직전 위원장 박영선 새민련 현 원내대표)에서 번번이 발목이 잡히고 있다. 넷째 국회의장과 운영위원장의 도피는, 국회의 공전 시 그것을 바로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서로 남 탓 하며 책임을 모면하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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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생법안을 장기간 표류시키고 있는 새민련 박영선 원내대표(오른쪽)와 문재인 의원. 유민아빠 김영오와 동조단식했던 문재인은 최근 단식을 풀었다. 박영선대표는 무능 무책임한 리더십으로 야당을 구태의연한 강성투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새민련은 민생법안 통과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정의화 의장과 이완구 새누리원내대표는 국회공전의 책임을 새민련에 전가하면 안된다. 국회법에 따라 책임있는 자세를 갖고 뚝심있게 밀어부쳐야 한다. /뉴시스 |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국회의 표류는 물론 두 차례나 합의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새민련 원내대표가 번복은 없다고 장담했음에도 불구하고, 친노 및 외부세력에 의해서 발목을 잡힌 것이 주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국회의장과 국회운영위원장의 무한책임의식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에는 국회법이라는 평형수가 있기 때문에, 국회의장과 운영위원장은 이를 활용해서 표류상태로부터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회법 제5조의 2(연간 국회운영기본일정등)에 따라 국회의장은 연간 국회운영 기본일정을 정하여야 하고, 제76조(의사일정의 작성)에는 “③… 회기 전체 의사일정의 작성에 있어서는 국회운영위원회와 협의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때에는 의장이 이를 결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의장은 이를 바탕으로 의사일정을 정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 운영위원회의 의결 미비를 이유로 (실제로는 각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 불발을 핑계로) 국회를 공전시키는 것은 국회의장의 의사일정 작성 권한을 방기하는 것이다. 물론 운영위원장도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운영위원회를 직권으로 소집해서 의사일정을 정하고 그대로 밀고 나가는 뚝심이 필요하다. 장외투쟁을 하는 국회의원은 국회로 돌아와 의사일정 결정 논의에 참가하지 않는 한 어떤 결정도 막을 수 없기에, 실제로는 장외투쟁이 국회를 공전시킬 수 있는 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국회의장과 운영위원장이 이렇게 국회를 정상화시키려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다수당이 책임정당으로서 국회의 책임 있는 자리를 맡아서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지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수당이 그 심부름을 하는 자리에서 밀려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다수당이 아닌 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맡고 있는 경우가 여럿 있다. 현재 19대 국회(2012.5-2016.5) 후반기에는 새누리당의 경우 운영위원장에 이완구 원내대표, 정무위원장 정우택, 기획재정위원장 정희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 홍문종, 외교통일위원장 유기준, 국방위원장 황진하, 안전행정위원장 진 영, 정보위원장 김광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홍문표, 윤리특위위원장 김재경 의원 등 10명이다.
새민련의 경우 법제사법위원장 이상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설 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김우남, 산업통상자원위원장 김동철, 보건복지위원장 김춘진, 환경노동위원장 김영주, 국토교통위원장 박기춘, 여성가족위원장 유승희 의원 등 8명이다.
특히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만든 법안이 반드시 경유하게 되어 있는 법사위원장을 집권당이 아닌 새민련에서 맡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더 심각하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강력하게 국회를 정상화시키려고 해도 새민련의 위원장들 때문에 반쪽 정상화에 불과할 수 있다.
이처럼 정상화의 열쇠로서의 회의진행자인 위원장 분포를 보면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 반쪽 정상화를 돌파할 길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국회법 제50조(간사)를 보면 “⑤위원장이 위원회의 개회 또는 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하거나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직무대리자를 지정하지 아니하여 위원회가 활동하기 어려운 때에는 위원장이 소속하지 아니하는 교섭단체소속의 간사 중에서 소속의원수가 많은 교섭단체소속인 간사의 순으로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반쪽 정상화가 아닌 온전한 정상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이 있다. 요는 국회의장과 집권당의 의지 문제이다. 실제로 2013년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박영선 의원이 의사진행을 거부 기피했을 때, 새누리당의 간사가 법사위 회의를 진행하여 법안을 통과시켰던 적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다수당이 아닌 쪽에서 위원장을 맡는 것은 책임정치를 크게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임위원장 나누어먹기는 폐지되어야 한다. 이것은 제도를 뜯어고치는 문제가 아니다. 법에도 없는 나눠먹기 관행을 혁파하는 것이다.
마치 무게중심이 제대로 잡히지 못해서 문제가 되었던 세월호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 화물과적을 못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국회도 나눠먹기로 책임의식이 덜하거나(?) 의사일정 방해를 투쟁의 수단으로 삼는 정당이 위원장을 맡는 것도 더 이상 못하도록 잘못된 관행을 혁파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의장과 운영위원장은 이제는 국회공전의 탓을 더 이상 새민련에게 하지 말아야 한다. 새민련 탓은 한편으로는 맞는 이야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핑계일 뿐이다. 불굴의 의지로 국회법이라는 평형수를 활용하여 국회가 흔들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악용하여 무리한 요구를 하며 장외투쟁을 하는 새민련을 지탄하고, 국회의장과 운영위원장이 국회를 정상화하려고 애쓰는 애국 단심(丹心)을 지지하는 현 상황이야말로 그들에게는 천행(天幸)이 아닐 수 없다.
국회표류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이 아니다!
혹자는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국회법 제106조의 2 무제한토론조항 때문에 국회가 표류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무제한 토론이 제기된 것은 감사원장 인준 표결 때 한 번 뿐이고, 인사에 관해서는 토론을 하는 법이 없다며 당시 강창희 의장이 받아들이지 않아, 실제 실행된 적은 없다.
그리고 장외투쟁의 경우에는 표결을 할 때 회의장에 있지 않기 때문에 국회법 제111조에 따라 표결에 참가할 수 없고, 토론의 종결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없다. 따라서 장외투쟁 때문에 국회가 공전이 되는 것도 아니고,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표결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무제한 토론의 신청이 있는 경우에만 토론의 종결 및 표결을 막을 수 있으나, 그것도 한계는 있다.
더구나 예산안은 12월 1일이 되면 당연히 본회의에 부의되게 되어 있고, 표결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예결위를 볼모로 투쟁을 해봤자 소용이 없게 되어 있다. 2013 예산안이 해를 넘긴 것은 실제로는 당시 강창희 국회의장이 12월 1일이 지나서도 이를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정치파트너에 대한 배려’라는 명분하에 예산심사를 새로 시작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또 각종 법률(안)에 대해서는 무제한 토론으로 회기를 넘겼더라도, 다음 임시국회 혹은 정기국회가 열리면 가장 먼저 토론없이 표결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실제로는 며칠 늦어지는 경우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회법 제106조의 2 무제한 토론조항 때문에 국회가 공전되고 있다는 것이 국회선진화법 탓이라는 것은 실은 억울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국회 표류를 막기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집권여당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뚝심을 가지고 밀고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