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삼성전자의 입에 침이 마르고 있다. 오는 29일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다가오면서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총수 경영에 또 다시 문제가 생길 경우 과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후폭풍이 불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위기탈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일본의 ‘무역보복’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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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2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최근 이 부회장은 현장 경영을 강화하며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전자계열사 밸류체인 점검 및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현장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삼성전자 온양·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평택사업장(9일), 광주사업장(20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26일)을 찾았다.
현장에서 주요 경영진에게 이 부회장은 ‘기술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선제적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 행보에 더욱 속도를 붙이고 있다. ‘위기 신호’가 감지된 6월부터 잇달아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을 소집해 전략을 점검했고, 일본의 경제 보복이 단행된 지난달에는 직접 현지로 날아가 핵심인사들과 접촉하며 해법을 고민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은 그만큼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크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전자계열사의 주요 사업을 조율해온 사업지원TF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가운데 이 부회장이 핵심 사업을 일일이 챙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와 압수수색, 핵심관계자 소환 등으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이 부회장이 핵심 사업 추진과 전략 수립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경제계에서는 29일 대법원의 3심 판결로 이 부회장의 신변에 변화가 생길 경우 우리 경제와 삼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여간 자리를 비웠을 때와는 시장 환경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무역보복, 글로벌 경기 침체, 반도체 시장 불황 등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 삼성과 연관된 변수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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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전자 온양캠퍼스에서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반도체 호황에 진입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이 가려졌지만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삼성전자는 제대로 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 복귀 후 삼성은 지난해 8월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점찍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 목표도 세웠다.
재계에서는 만에 하나 삼성의 구심점과 컨트롤타워가 동시에 무너지면 미래성장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술기업을 확보해 경쟁력 단숨에 끌어 올릴 수 있는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 결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경영인 시스템으로는 회사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결단을 내리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경제 강국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삼성을 지목하며 관세 문제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애플과 경쟁하는 삼성에게 갑작스런 규제 카드를 들이밀 가능성이 있다. 일본도 소재·부품 경쟁력을 앞세워 삼성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총수 부재시) 신규 M&A나 투자 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래 경쟁력이 훼손이 우려된다”며 “최근 경영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룹에 가해질 충격은 과거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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