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신기술을 통해 시장 경쟁력 확대를 추진하는 삼성전자의 성장 전략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파기환송심 부담으로 핵심 사업을 진두지휘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의 선고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핵심 의사결정 지연과 경영진 부재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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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26일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영 전략이 지체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래 시장을 겨냥한 프로젝트의 추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분간 이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다.
이 부회장은 올해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 사업에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연초부터 현장 경영에 집중하며 파운드리, 5G, 대형 디스플레이 등을 직접 챙겼다.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최근 빠르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시장 선두인 대만의 TSMC와의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49.2%) 삼성전자(18%) 순이다. 2016년 업계 4위(7.9%) 였던 삼성전자 극자외선(EUV) 기술을 앞세워 대형 정보기술(IT) 고객사들로부터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폭발적인 성장이 전망되는 5G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칩셋, 단말, 장비 등 전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가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의 영향력 확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월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한 이 부회장은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려을 키우자”고 당부했다.
그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던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는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지난 26일 이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를 찾아 “LCD(액정표시장치)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들은 모두 삼성전자의 기존 사업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를 달리는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확대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신사업에서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위험부담이 있는 대규모 투자의 경우 총수의 결단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재계 등에서 이 부회장이 최근까지 이어온 혁신 경영에 당분간 드라이브를 걸기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선고 후 경제계에서도 삼성의 경영활동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전략적 의사결정의 지연과 함께 기술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인수합병(M&A) 역시 후 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 대법 선고 영향’ 보고서를 통해 “파기환송심을 준비해야 하는 이재용 부회장은 미래 사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의 지연 가능성이 예상된다”며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중단된 대규모 해외 M&A 추진도 미뤄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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