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연, 최근 정치 참여 금지 조항 삭제… 집단 행동 나서
중기부, 소상연 정치세력화에 "법정단체 지위 박탈·해산·해체"논의
최 회장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국민 다수와 역사가 심판할 것"
   
▲ 지난 6일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이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위치한 소상공인연합회에서 미디어펜 인터뷰에 임하는 모습./사진=소상공인연합회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일반적으로 '경제단체'라 하면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5단체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이 외에도 수많은 경제단체들이 존재한다. 

미디어펜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속한 단체장을 만나 업계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갖고자 연속인터뷰를 기획·진행하고 있다. 지난 6일 그 첫번째 인물로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을 만나 해당 단체의 이슈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원래는 어떤 일을 하고 계셨나? 또한 360만 소상공인들을 대표하는 건 규모만큼이나 힘든 일일텐데, 소상공인연합회장을 역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1. 지금은 아니지만 원래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개인 PC방 사업을 하고 있었다. 소상공인 운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위도 높아지고, 다른 업장에서 경쟁업소로 여겨 시선이 부담스러워졌다. 겨울철 되면 내 가게 앞에 와서 내린 눈 안 쓸었다고 악질 소문을 내니 정상적인 PC방 운영을 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과 같은 인격을 가진 이가 사업을 해야 하나?(웃음) 현재는 개인 PC방에 PC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대표자격인 소상공인연합회장을 하는 이유는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것 따위의 거창한 게 아니다. 그야 말로 하다 보니 하게 된 거다. 장사하기 불편하고, (소상공인들을 위한) 제도가 타 단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며, 우리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되는 것 같았다. 우리도 똑같이 세금 낼 건 다 내는데 억울한 감정이 들었다.

중기중앙회나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타 단체들은 법의 테두리가 보호해주는 것을 보니 부러웠다. 우리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 이익집단으로, 2014년부터 법정단체 지위를 인정받았다. 사람 5명만 모여도 질서가 생기는 법이다. 소상공인 개인이 이야기 하면 사회에 대한 울림이 없으니까 우리 의사를 관철할 수 있는 집단을 조직하니 작게나마 희망이 생겼다.

◇Q2. 소상연은 최근 정치 세력화 선언을 하며 본격 존재감 알리기에 나섰다. 정관 제5조에 정치 참여 금지 조항이 있었는데 총회 의결을 통해 삭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 허가가 있어야 개정이 가능할텐데, 승인 가능성은 얼마나 보고 있나?

◆A2. 그 가능성에 대해 산술적 평가는 하지 않는다. 헌법에 명시돼있듯,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도 같은 국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색과 기득권 논리에 우리의 목소리는 가로막혀 그 누구도 전혀 들어주지 않는다. 주권이 우리에게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소상공인을 위한 법을 만든다고 하는데, 우리 소관 부처인 중기부는 소상연의 법정단체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협박한다. 또한 소상연에 대한 해산·해체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하라 그래라. 국민 다수와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 정치는 선을 집행하기 위한 합의이며, 정부와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국민 주권이 우선돼야 하는 거다.

또한 8·29집회는 문재인 정권 반대 집회가 아니었다. 정권을 미워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기대했다. 그러나 살고자 몸부림 친 게 반 정부 투쟁처럼 보였을 따름이다. 그날 집회에서 만난 한 회원은 이 같이 말했다. "내가 오늘 가게 문 닫고 왔다. 영원히 문 닫을까봐서 하루 문 닫고 온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 한켠이 찡했다. 우리가 아프리카보다 못한가 싶기도 하다.

소상공인의 자부심? 소득주도성장론? 정치권력이 지지고 볶는 재료에 불과하다.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이름을 단 우주선 타고 달나라 가자는데 누가 반대하나? 그 소주성호가 대류권을 지나 성층권부터 차례로 뚫고 가는데 정치인들은 우주에 무사히 도달한다. 그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은 연료가 떨어지면 차례로 분리되는 우주선 하단부처럼 불에 타죽는다.

소상공인들은 그저 장사 잘 하고 손님에게 친절히 응대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규범적 이야기보단 단계만 논한다. 

◇Q3. 정치에 관한 질문 하나 더 하겠다. 지난 5일 소상연은 민주평화당과 회동하며 신당 창당 의사를 밝혔다. 왜 민평당과 연대했는지, 어느 수준의 창당이며, 신당 대표는 누가 될 것인지, 민주평화당 의원들도 신당에 참여하는지 여부에 대해 설명해달라. 

◆A3. 일부 언론들이 우리가 만든다고 했던 정당 이름을 '소상공인 국민행동'이라고 거론했는데 가칭일 뿐, 공식 명칭이 아니다. 창당 대회도 아직 열지 않았다. 다만 창당 과정일 뿐이라고 말씀드린다. 이는 8월 임시 총회를 개최할 때부터 말이 나왔던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대의 정치를 하고 싶다. 그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나온 사람보다 한 동네에서 열심히 장사하며 세금 잘 내던 사람이 동네 사정을 더 잘 아는 법이다. 외지인은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렵다. 우리가 정당을 만든다면 표어는 '우리도 존재한다. 그래서 행동한다'다. 

민주평화당과의 공동 창당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정책 연대보다 강한 수준으로, 99%도 안 된다. 민평당이 100% 소상공인화 돼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 민평당에 대한 세간의 말은 많고 많다. 정동영당, 좌빨, 전라도당? 그게 문제가 아니다. 아무도 우리와 마주하지 않는다.

정당 의석수가 적더라도 우리 소상공인들을 이해해준다면 국회의원 단 한 명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라북도당니 정동영이니 하며 가리면 우리는 모두가 죽는 것이다. 본인들의 정치 이념과 지역색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긋는다. 그러나 근근이 벌어 먹고 사는 조선시대 소작농 같은 우리 소상공인들의 형편과 민본을 아는 정치인이나 정당과는 우리가 연대한다.

◇Q4. 최근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중기중앙회장직 선거를 앞두고 제이에스티나 시계 제공 등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제3자적 입장에서 최 회장은 사전 선거운동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지 말해달라.

◆A4. 소상연은 중기중앙회와 마찬가지로 같은 법정 단체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지위가 같다. 따라서 나와 소상연은 중기중앙회원이 아니며, 투표 자격도 없다. 법정단체가 아니던 2007년엔 중기중앙회가 우리 소상연을 관할하긴 했었다.
 
중기중앙회는 50여년의 긴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큰 단체다. 따라서 문제가 있었다면 구성원들의 자각이 있었을 것이고, 내부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겠나. 타 단체의 일이기 때문에 언급하기 어렵다.

◇Q5. 앞으로 소상공인연합회가 더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A5. 소상연은 2014년에 법정단체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천막을 쳐 사무실로 쓰기도 했다. 또한 임대료나 보증금이 없어 대전 등 지방을 전전하며 사무실 이사만 해도 열 번 넘게 하는 등 풍파를 겪었다. 우리가 8·29 집회를 연 이후 업종단체·지역 등 규모가 2배로 커졌다. 우리 회원 수는 약 100만명 가량 되는데, 꼭 우리 소속이 아니라도 지지하고 연대해준다.

집회를 통해 큰 목소리를 냈고, 많은 이들이 우리의 존재를 인지하게 됐다. 소상공인들은 자기들을 지켜줄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것이 우리가 노력을 통해 얻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야 계몽도 할 수 있는 법이다. 이제 소상공인들이 모이도록 하는 단계까지는 올라선 것 같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전라도와 경상도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서로 고생할 것이란 동질감을 가져야 한다.

◇Q6. 소상공인연합회의 항구적 목표는 무엇인가?

◆A6. 건전한 목소리가 규범과 규칙으로 만들어지고, 제도권 정치의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 그게 당연시 되는 사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소상공인들의 사업 규모가 커져서 소상연이 필요없는 수준이 돼 사라지고 중기중앙회원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경력

1967년 강원도 홍천 출생
조이캐슬 PC방 前 대표
주식회사 와트 대표이사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