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미 간 뉴욕채널이 활발히 가동 중으로 9월 안에 비핵화 실무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기는 유엔총회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이며,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나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전격 뉴욕을 방문할지 아니면 아시아나 유럽 제3국에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지 여러 방안이 제기된다.
최근 북한이 ‘새로운 계산법’을 강조하면서 체제안전보장을 내세운 만큼 핵심 의제는 제재 완화보다 안전보장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 16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고 “우리의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의 대화 복귀 소식에 전격 방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북한이 최근 제재 해제보다는 체제안전보장 쪽으로 방점이 옮겨가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지만 정작 북한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북한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며 “아무래도 안전하다고 느끼는 측의 얘기를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그쪽(북한) 얘기를 먼저 들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이후 체제안전보장 쪽으로 조건을 선회했다.
하지만 체제안전보장이라는 개념이 포괄적이고 북한이 당장 한미가 받을 수 없는 주한미군 철수 등의 요구 조건을 내걸 수 있어 보다 해법이 복잡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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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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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미국은 대북제재가 결국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냈고, 그만큼 북한이 아파하는 부분이라고 판단하고 제재 기조를 유지한 채 체제안전보장으로 대화를 풀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체제안전보장 논의로 비핵화의 근본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시간대 강연에서 “일단 우리가 집중 협상을 시작하면 양국 관계를 적대적 위치에서 승격할 수 있는 일련의 조치와 더 나은 선택지를 마련할 수 있다”며 "남북의 체제를 모두 보장할 방안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체제안전보장 요구와 맞물려 북한의 비핵화 해법이 관건이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미 실무협상과 관련해 “북미 간 비핵화의 범위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는 또 “북한은 지난 하노이회담의 연장선으로 영변 핵시설 폐기로 시작하고 싶겠지만 미국은 핵동결, 정확하게 표현하면 핵활동 중단부터 시작하려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실무협상의 성과는 양측의 상응조치를 어떻게 조합할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쉽지 않은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핵동결을 북한 비핵화의 입구로 삼는 것은 전체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으로 즉 로드맵 마련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직까지 북미 간 신뢰구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방증이어서 해법이 필요하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담판짓지 못하는 한 북한의 핵개발은 계속될 것이고, 최근에도 미국의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만약 이번 북미 실무협상에서 핵동결과 체제안전보장을 논의 테이블에 상정한다면 협상이 상당히 복잡해지면서도 큰 범위 안에서 좀 더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막상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 때 보다 유연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비건 대표가 지난 6월19일 애틀랜틱 카운슬 강연에서 “북미 모두 비핵화 협상에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건 대표에게 더 많은 전권을 위임했다는 말도 있어 실제 북미 협상 테이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한국은 당장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를 주장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노이회담에서 북한이 남북경협보다 안보리 제재 틀을 바꾸려는 의지를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미 실무협상이 체제안전보장에 맞춰질 경우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말하는 안전보장 조치는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으로 외교관계 정상화, 제재 완화, 군사 보장 등을 포함한다”며 “특히 군사 분야의 안전보장과 관련해서는 북미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남북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그는 “1996년 김영삼정부 때 클린턴 미 대통령과 북한 문제를 논의할 때도 평화체제와 긴장완화라는 2가지 분과로 의제가 나뉘었다”며 “오히려 지금은 비무장 지대 관할권 등 한국에 더 많은 권한이 양도된 상황이어서 안전보장 문제에서는 남북 간 협의할 요소가 커졌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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