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흔들림 없는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면서도 북미 간 비핵화 실무협상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특히 앞으로 재개될 북미 대화와 관련한 ‘새로운 계산법’에 대한 언급이나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보장에 대한 방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다만 두 정상은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 시 실질적인 진전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면서도 한미 정상간 회담에서 “대북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언급이 나온 것으로 확인돼 향후 북한이 내놓는 반응에 따라 북미대화의 진전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작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실무협상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계산법에 대해 말한 것이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그 콘셉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그러나 두 정상은 북미 간 실무협상 재개 시 실질적인 진전을 마련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새로운 계산법’은 북한이 먼저 주장한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8일 “새로운 방식이 좋을 수도 있다”고 말해 일각에서 기존의 미국 입장인 ‘선 비핵화 후 보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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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은 이번이 9번째이다./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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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 대통령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실무협상 테이블에 오를 미국 측 방안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비핵화 시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기존의 공약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 한미 정상은 앞으로 있을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각자의 기본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강조하면서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국방예산 및 미국산 무기 구매 증가, 방위비 분담금의 꾸준한 증가 등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정부가 기여한 점을 부각시켰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미국산 무기구매 현황과 향후 3년간의 구매 계획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동맹국들이 방위비 인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왔고, 취임 후에는 노골적으로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이 기존의 5배 인상을 제시했다는 주장도 나와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두 정상은 11차 분담금 협상에서 상호호혜적이고 만족할만한 결과 도출해 한미동맹 더욱 강화되도록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등 양국간 현안, 여타 지역 문제 대처와 관련해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긴밀한 소통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현대차가 2조4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자율주행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고 2025년부터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11조5000억원어치를 도입하기 한 계약 내용도 거론됐다.
이 관계자는 “한미 정상은 이 두건의 계약으로 양국간 경제협력 에너지와 신성장사업 확대되고 있는 점을 환영했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한미동맹 약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는 한일 군사정보보보협정(지소미아)는 논의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지난달 청와대가 한일 지소미아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백악관 안팎에서는 공개적인 비판 발언이 쏟아지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지소미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금강산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한미 정상은 예상 시간을 초과해 65분간 마주했지만 ‘원론적인 입장’만 재확인한 셈이다. 회담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언급한 체제안전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정상간에는 없었던 것으로 이는 미국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거나 정해지지 않았을 가능성과 함께 또는 북미 실무협상 기싸움을 위해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신범철 아산안보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는 굳건한 동맹 재확인에 있는 것 같고,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인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실무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것은 미국 측 입장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싱가포르 합의를 잇겠다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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