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정부가 4차산업혁명에 대비해 자율주행버스 등 각종 규제를 해제하며 신산업 육성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한강시민공원에서 전동킥보드 운행을 제한하는 등 아직까지도 낡은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30일 자율주행차 규제자유특구로 세종시를 지정해 상업용 자율주행버스 주행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규제로 인해 자율주행차량이 다른 차량과 함께 도로를 주행하거나 공원 내 주행하는 것이 불가능했는데, BRT 일부구간과 중앙공원 일부지역 등에서 단계별 실증을 거쳐 실제 승객이 탑승하는 자율주행버스가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김학도 중기부 차관은 "규제자유특구가 규제를 뛰어 넘어 혁신에 도달하기 위한 활로가 돼 신기술 신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먼저 고려한 규제 혁신이 우선인 만큼 관계 부처, 지자체 등과 함께 하나하나 꼼꼼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6일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규제 샌드박스 심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로 하여금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를 임시허가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이 기존 플라스틱 운전면허증의 효력을 대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과기정통부는 같은 날 국내를 방문하는 관광객에 한해 ATM에서 대금 지급을 일정 한도 내에서 허용해주는 '캐시멜로'가 본인인증코드 활용 모바일 환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실증특례를 부여한 바 있다. 캐시멜로는 외국인 관광객이 해외에서 모바일 앱으로 환전이나 송금을 신청 후, 국내 ATM에서 여권 번호 등 본인 인증 코드로 원화를 수령할 수 있게 한 '선불충전형 모바일 환전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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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내용과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
이 같이 중앙부처발 규제 혁신이 쏟아지는 반면 서울시는 규제 혁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복지부동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한강시민공원 내 전동킥보드·전동휠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이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PM)은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있어 자전거도로나 도시공원 등지에선 통행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 PM을 자전거도로나 도시공원에서 다닐 수 있게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지난해 규제권한을 각 지방정부에 위임해 도시공원에서의 PM 주행을 제한적으로나마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국무조정실과 중기부는 각각 "전동킥보드의 도시공원 통행을 허용하겠다", "도시공원 내 PM 주행 허용이 규제혁파 끝장캠프'의 결과이며, 가시적인 성과 창출로 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홍보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0월 '도시공원 및 공원녹지 등에 관한 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해 11월부터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공원별로 PM 주행 허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따라서 공은 서울시로 넘어온 셈인데도 시 당국이 적극적으로 규제 철폐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현재 PM을 이용할 수 있는 도시공원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원별로 제도를 개선하고자 환경부 공원관리청 등과 자리를 가졌으나, 안전문제에서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설명은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중기부의 경우 안전문제 등 스케일이 더 큰 자율주행버스에 승객이 탑승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경우 저항하는 세력이 없으니 정부가 쉽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고, 전동킥보드의 경우엔 그렇지 않다"며 "원래 이해집단과 충돌하는 건 해나가기 어려운 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동킥보드의 경우 다른 나라도 국내와 사정은 다를 바 없으나, 국내에선 관련 법규가 없으면 불법으로 간주하는데 반해 외국에선 규정이 없으면 허용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실제 전동킥보드 사고 발생률도 그리 높지 않음에도 서울은 대도시라서 안전 걱정을 지나칠 정도로 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서울시가 이와 같이 규제 혁신에 발벗고 나서지 않는 이유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규제친화적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현행 법 체계상 '기관위임사무' 형태로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에 위임하는 수준으로만 규제 해결이 가능하다"며 "규제 적용 여부 권한을 넘겨줬을 뿐, (규제를) 금지하지는 못하게 돼 있어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가 규제 철폐에 있어 강화는 가능한데, 완화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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