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스웨덴 스톡홀름에서 5일(현지시간) 전격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북한의 '결렬 성명' 발표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미국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져갔다”고 반박하며 향후 추가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날 오전 10시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 등은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의 ‘빌라 엘비크 스트란드’에서 본격 회담에 돌입했다. 회담 전 북미 대표들은 미소를 보이는 등 우호적 분위기가 연출됐다.
협상 시작 2시간 뒤인 정오쯤 김 대사와 북한 협상대표단이 회담장을 빠져나와 인근에 있는 북한대사관으로 돌아갔으며, 이날 오후 2시20분쯤 복귀한 김 대사는 4시간 뒤 다시 회담장에서 나왔다.
회담장을 나온 김 대사는 이후 10분 만에 북한대사관에 있던 취재진들에게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하고, 종이로 출력된 성명서를 들고 나와 굳은 얼굴로 낭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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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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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사는 성명에서 “이번 협상이 아무런 결과물도 도출해내지 못하고 결렬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며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 것도 들고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 발사 중지, 북부 핵 시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 송환과 같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 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대사는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 이후에만도 미국은 열다섯 차례에 걸쳐 우리를 겨냥한 제재 조치들을 발동하고,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마저 하나둘 재개했으며, 조선반도 주변에 첨단 전쟁 장비들을 끌어들여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공공연히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사는 “우리 립장은 명백하다.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 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사는 “이번 조미 실무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수정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불씨를 되살리는가 아니면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했다.
아울러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만지작거리면 그것으로서 조미 사이의 거래가 막을 내릴 수 있다는 데 대해서 이미 명백히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의 핵시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되살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회담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면서 “중대 현안인 만큼 양측 모두의 강력한 의지를 필요로 하고, 미국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결렬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회담의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면서 “중대 현안인 만큼 양측 모두의 강력한 의지를 필요로 하고, 미국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 측이 자국에서 2주 내에 북·미 간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내용으로 초청을 했다"면서 "미국은 이를 수락한 뒤 북측에도 그 수락을 제안했다"고 말하며 미국은 북한과 향후 대화를 나눌 의사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또 "70년간 걸쳐온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적대의 유산을 단 한 차례의 토요일 만남(실무협상) 과정을 통해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중대 현안인만큼 양측 모두의 강력한 의지를 필요로 하고, 미국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북미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범위에 대한 양측의 간극이 좁혀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본 입장인 ‘선 포괄적 합의’에 따른 비핵롸 로드맵 도출이 북한의 ‘단계적 합의’라는 입장에 부딪친 것일 가능성이 커보인다.
김 대사는 “이번 실무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수정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불씨를 되살리는가 아니면 대화의 문을 영원히 닫아버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핵시험과 ICBM 시험발사 중지가 계속 유지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되살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입장에 달려있다”며 미국에 공을 넘겼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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