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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규형 명지대교수 |
자국의 역사를 배우는 것은 자라나는 미래 세대가 공동체의 공통가치를 배우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런데 한국사 교육은 검인정 체제가 되고 나서 오히려 이런 목적에 역행(逆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현대사에 관해서는 온갖 왜곡되고 낡아 빠진 1980년대식 수정주의(修正主義) 논리로 도배된 가짜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국사가 국민 통합을 지향하기는커녕 허위 사실과 왜곡된 해석을 가지고 사회 갈등을 부추겼다.
더군다나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됐는데, 학생마다 배우는 교과서의 내용이 다르고 해석이 다를 경우 생길 후유증도 문제다. 최근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유관순 열사에 대한 기술 여부는 좋은 예다. 현행 한국사 검인정 8종(種) 교과서 중에 좌편향으로 비판받는 교과서는 대체로 5종이다. 그 다섯 중 4종이 유관순 열사에 대한 언급 자체를 아예 안 하고 있다.
그 이유가 분분하지만 공교롭게도 북한에서도 유관순은 전혀 가르치지 않는다. 유관순 열사가 급조된 인물이니 과대평가된 인물이니 하는 삐뚤어진 역사관으로 기술된 책으로 배우는 학생들이 과연 올바른 국사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혹은 수능에서 제대로 시험을 치룰 수 있을지 매우 우려된다.
또한 많은 검인정 교과서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부정했다.특히 분단의 책임이 이승만과 정읍발언, 남쪽, 미국에 있다고 서술하는 것은 하나의 유행이었다. 그러나 소련의 기밀문서 해제로 이미 소련과 38도선 이북에선 먼저 친소(親蘇)적인 단독정부 구성 계획이 치밀하게 구상되고 집행됐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것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 됐다. 편향된 시각과 지적 게으름으로 이런 사실에 눈감은 것에 대해선 기존 검인정 교과서 집필자들은 뭐라 변명할 것인가?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하지만 현행 한국사 교과서의 검인정제도가 노정한 치명적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선 국정제도를 심각히 고려해봐야 할 때가 왔다. 결국 검인정제도의 문제점을 노출시켜 국정전환 논의를 촉발한 것은 곰팡이 냄새나는, 그리고 이미 폐기된 좌파 수정주의 역사관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데 급급했던 일부 국사학계와 다수의 검인정 교과서 저자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강규형 명지대 기록대학원 교수(현대사)
(이글은 매일경제에 게재된 것을 수정, 증보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