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재계가 올해 농사 작황을 우려하고 있다. 당초 경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들이 다수인 가운데 내년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의 어깨는 점점 더 무거워지는 모습이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4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BSI)'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전국 2200여개 제조업체의 62.5%가 연초 세운 영업이익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근접하거나 달성 가능'이라는 응답은 35.1%, '초과 달성'은 2.4%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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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테이너항만/사진=인천항만공사 제공 |
기업의 투자 상황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과 비교한 올해의 투자 추이’에 대한 물음에 ‘별 차이 없다’(58%)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나 ‘악화됐다’(31%)는 답변이 ‘호전됐다’(11%)는 답변보다 많았다.
기업들은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소극적 경영(66.5%)’과 ‘원자재값 변동성 확대(12.8%)’, ‘국내시장 포화로 인한 투자처 부재’(9.5%) 등을 투자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업종 대부분은 4분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철강(65)’, ‘정유·석화(67)’, ‘자동차·부품(69)’, ‘IT·가전(69)’, ‘기계(73)’, ‘조선·부품(91)’ 등의 업종 BSI가 100을 밑돌았다. BSI가 100이상이면 ‘이번 분기의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이하면 그 반대다.
기업들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고용·노동정책 탄력적용’(45.9%), ‘파격적 규제개혁(23.5%)’, ‘자금조달 유연화(21.2%)’, ‘R&D·인력 지원 강화(9.4%)’를 꼽고 있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정책역량의 대외 여건에 두기 보다는, 지금 당장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내부의 일에 맞춰야 한다”며 “고용노동부문의 예측가능성 제고와 융복합·신산업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파격적 규제개혁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올해와 같은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하고 있다. 미국 대선과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경제보복’ 등 우리 경제와 직결된 사안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계 경기의 동반둔화 전망이 확대되면서 기업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 전체의 경기선행지수(CLI)는 2017년 12월 이후 20개월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OECD는 독일 등 유로화 지역과 미국에서 향후 성장세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기 전망도 어둡다. 미국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41개 기관의 올해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이번 달 기준으로 1.9%까지 떨어졌다. 지난 7월 2.1%에서 8∼9월 2.0%에 이어 1%대까지 내려간 것이다. 일부 경제연구소들은 내년 경제 성장률이 올해 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기업들은 내년에 더욱 보수적인 경영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와 고용 등의 지출을 축소하면서 불확실성에 대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생산 라인 증설 등 신규 투자보다는 경영 효율화를 통한 경비 절감을 추진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며 “기존에 잡혔던 투자 계획도 다시 들여다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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