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현의 민족과 자유의 새지평(11)- 이념 소리 듣기 싫다고? 개인욕망이라는 새 이념에 빠지리니
담배값이 2000원 정도 인상되고 주민세, 자동차세 등이 줄줄이 오른다고 한다. 왜일까? 복지(福祉)할 돈이 모자라기 때문일 게다. 또, 휴전 중인 나라에서 간첩혐의자의 인권보장 때문에 절차를 문제 삼아 무죄가 내려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사실상 이념이 끼어 있다. 누구나 뚜렷한 주관이 서야 한다. 이 주관에 뼈대를 갖추고 살을 붙이면 바로 이념이 된다. 이념이라고 무작정 내세우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적인 이념을 세워야 한다. 올바른 신념이나 이념이 없으면 동물적인 욕망 그치고 또 그것에 지배된다는 것은 정해진 공식(公式)이다. 이념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며, 또 어떤 친구를 사귈 것인가를 결정한다. 정치적, 경제적 판단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념은 정치, 법, 경제정책, 노동정책, 교육정책, 한국의 근현대사 사관, 연극, 영화, 음악, 미술 등 구석구석에 스며든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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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우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우리 인간 사회에는 각자 가정환경, 사회적 여건 등에 따라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한국 사회도 역시 범부를 벗어나지 못하고 5천년 동안이나 고통을 받고 어렵게 지내왔다. 한국 사회를 책임지고 나아가는 사람은 건전한 이념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은 여기에서 나온다. 어정쩡한 기회주의자로는 안된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자유민주주의 국가(自由民主主義 國家)라고 할지라도 정치지도자가 이를 지켜줄 마음이 이념화되어 있지 않으면 사실상 자유민주주의는 휴지조각과 같다.
우파가 건전한 정신과 자유민주주의 이념으로 잘 조직되지 못할 때는 권위를 잃는다. 그 공백은 급진좌익 세력이 차지한다. 4·19 민주혁명도 자유민주주의를 희구한 청년 학생들이 앞장서 이룩한 것이다. 그러나 자유민주 세력이 건전한 민주주의로 인도할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점점 왼쪽으로만 기울어 갔다. 이는 비단 4·19 직후 뿐 만이 아니다. 1980년, 1987년 민주화 물결도 순수한 민주주의의 열망에도 불구, 자유민주주의의 이해부족과 북한의 전체주의, 인권말살에 대한 인식 부족은 곧바로 급진좌파(急進左派), 주사파(主思派)의 득세로 이어졌다.
그런데 근간에는 우리나라에 이념이 없는 투명(透明)정치가, 연체동물(軟體動物)기업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즉, 자유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의 대립, 북한의 왕조세습의 위협에 무관심하다는 인사들이다. 정말 그게 가능하고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정말 그렇다면 이들은 자신의 욕망추구라는 새 그릇에 빠질 것이다.
사람이란 누구나 행동지향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정치이념이라는 행동지향이 없다면 결국 욕망충족이라는 행동지향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가가 가진 권한은 막강하다. 어떤 경제정책이나 교육정책은 전문가가 만들지만 이를 집행하려는 의지를 정치가가 갖지 않으면 언제든 물거품이 된다.
양식 있고 올바른 이념을 가진 사람인 줄 알고 선출하거나 임명했는데 알고 보니 아무런 이념이 없는 무색무취한 정치가라면 어찌 될까? 무책임한 포퓰리즘의 인사라면? 필시 국가 발전의 방향으로 나가지 않고 일시 편안한 대중영합적인 정책과 타협한다. 자신은 평안과 영달을 누리고자 한다. 보신주의, 이기주의에 빠진 타락이다. 이념이 없는 인사는 십중 팔구 자신만의 욕구충족이란 사이비 이념에 충실한 사람으로 변해간다.
어떤 지도자는 말한다. “나는 이념을 싫어한다”, “나는 좌‧우 이념 다 싫고 중도이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아니 한반도에서 그럴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 무너지면 평생 피땀 흘린 노고도 헛되고 만다. 이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모르는 체하는 사람들이 흔히 그런 말을 한다. 아마 좌파(左派)라는 적(敵)을 두는 것이 두려워서일 것이다.
무산계급 지상주의, 자유경제활동을 부인하는 핏발선 관료 계획경제로는 4대 강국에 맞서는 강한 나라(이것이 필자가 주장하는 진정한 민족국가이다)를 만들 수 없다. 좌파들은 자유를 억압한 상태에서의 무산자 중심 폐쇄경제를 자주경제, 민족경제라고 미화한다. 그 예로 북한의 50년대, 60년대 자력갱생 경제건설을 암시하곤 한다.
그러나 자유생산과 교환을 제한하는 경제, 외국과의 협력을 이단시하는 폐쇄경제는 빈곤 경제, 민족기아 경제로의 지름길이다. 우리의 60년대 이후 수출공업화 정책, 대외협력을 종속, 친미경제라고 비난하는 것은 좌파의 변함없는 트집잡기에 불과하다. 이들은 그 정책을 친미, 종속이라고 비난하면서 우파를 매국노로 옭아매려는 정치적 공세까지 서슴치 않는다.
일제 이후 사상대립이 지속되어 온 이런 혼란을 우리는 지혜로 극복해야 한다. 우리가 내전(內戰)을 벌인다면 공멸이다. 내전은 나아가 한민족의 절멸, 영원한 약소국으로의 전락을 가져온다. 이에 우리는 내전을 하지 않고 국민통합을 해야 한다. 평화적 설득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그 설득의 축으로 민족주의의 이념, 민족에 대한 사랑을 꼽고자 한다.
이는 민족의 운명에 대한 혜안, 설득으로 가능하다. 우파가 민족주의로 더 무장하고 자기 욕심을 민족애의 헌신으로 승화시키면 좌파가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그 민족주의의 뿌리에 자유민주주의가 있다. 이념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자유의 이념에서 탄생했고 앞으로도 그 자유의 이념 없이는 자랄 수 없는 나무임을 알아야 한다. /전우현(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바른사회 시민회의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