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 기존 사업자들 표심 의식해 복지부동 소극적 행태
이병태 교수 "정부, 이해당사자들에 '사회적 대타협' 역할 미뤄"
   
▲ 규제를 상징하는 픽토그램./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최근 검찰이 렌트카 서비스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관계자들을 불구속 기소하자 벤처기업계가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또한 기득권의 눈치를 보느라 정부와 국회가 스타트업계에 부는 검찰발 피바람이 계속 불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협회는 지난 4일 성명서에서 "혁신·벤처업계는 '타다' 서비스에 대한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신산업 창업 및 혁신동력의 중단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협회는 "'규제 공화국'이라 불리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환경하에서 힘겹게 합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혁신기업의 서비스를 위법으로 판단하면 신산업 창업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간에서 싹튼 혁신과 신산업 창업의지가 정부 등 공공부문에 의해 정면으로 가로막히고 있으며, 신산업 분야 글로벌 경쟁력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타다./사진=VCNC


실제 △승차·숙박공유 △핀테크 △원격의료 △드론 등 국내 4차산업혁명 관련 각종 신산업 분야는 2차산업혁명시대에나 통할 법한 기존 전통 산업과 기득권을 위한 규제에 가로막힌 상태다. 

업계에선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탓에 "안돼 공화국이냐"며 "사실상 관제 스타트업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국회 역시 신산업 활성화에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인공지능(AI) 및 신산업 육성의 토대가 되는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데이터 3법 개정안'이 20대 국회 서랍 속에서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AI 기술개발을 위한 '저작권법', 암호화폐 산업 제도화를 위한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금법) 개정안' 등은 별 다른 이유 없이 입법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기술발전 속도와 소비자 욕구는 다양해지고 있는데 국내 여건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풍토 탓에 한국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신산업과 혁신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할 것이란 걱정을 하고 있다. 

   
▲ 레드 플래그법이 시행됐던 1900년대 초반의 영국 도로 풍경./사진=ACM

일각에서는 2차산업혁명이 시작될 영국의 상황에 빗대 '레드 플래그법'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레드 플래그법은 마차 산업이 자동차 산업에 밀릴 것을 우려한 영국 정부가 마부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산업을 포기하며 만들어낸 규제다. 현재는 폐기된 이 법은 자동차 탑승인원·탑승자별 역할·차량 속도 규제 등을 골자로 했는데, 이로 인해 영국은 세계 자동차 산업계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환경을 조속히 현실화 하거나 관련 신산업의 입법화를 조속히 마무리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파파./사진=큐브카

이와 관련, 벤처기업계의 이 같은 읍소에 검찰은 후속 모빌리티 기업 '파파'의 김보섭 큐브카 대표 역시 수사 선상에 올리는 것으로 화답했다. 지난 8월 13일 서울개인택시평의회가 고발한 건에 대해 김태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5부장검사는 서울 강남경찰서로 하여금 조사토록 했다. 이 대표와 박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김 부장검사는 김 대표 역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같이 영세한 스타트업에도 검찰이 수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때문에 국내 신산업 분야 창업과 성장이 제대로 싹을 틔워보기도 전에 불법 여부를 판정 받고, 서비스 형태를 변경하거나 포기하는 등 스타트업계에 검찰발 피바람이 불고 있음에도 정부 각 부처와 국회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임종화 청운대학교 교수는 "전적으로 타다 기소 건은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스타트업계 간의 밥그릇 싸움"이라며 "운수업계에 대해 검찰의 이해도가 얼마나 깊은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임 교수는 "사건이라고 해서 덥석 받지 않는 검찰이 전격 기소에 나섰다는 것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졌음을 의미한다"며 "택시 업계가 검찰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택시 업계와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자유시장경제체제의 대원칙을 준수하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며 "정부가 이해당사자들에게 '사회적 대타협'을 하라고 역할을 미루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혁신성이 없으면 시장이 외면해 곧 망할 것"이라며 "(혁신성이) 분명한 것만이 시장에서 시도되는 것이 아니며, 경쟁 허용 여부는 관련없는 이야기"라고 말해 정부 규제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혁신 아니니 불허하라는 말은 시장과 혁신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것"이라며 "혁신성의 예측은 정부 등 공공영역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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