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연구원 정책토론회…“제재완화까지 노린 금강산 재개 안되자 독자개발 추진”
“남북한 연계하는 외래관광 유치하면 신변안전‧대북제재 문제 해결”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요구한 것은 남북경협의 ‘새판 짜기’를 주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열린 통일연구원 정책토론회에서 “지난 23일 김 위원장의 금강산 철거 지시 내용을 볼 때 관광 중단이 아니라 활성화에 방점이 찍혔다. 남측 관광객도 환영한다고 했다”며 “북한은 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사업의 본격화로 경제 활성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북한이 관광사업을 활성화하려면 남한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백두산, 삼지연, 금강산, 석왕사 등은 한민족에 특화된 관광지”라며 “북한은 현대그룹의 지분 참여 형식 등을 허용해 현대아산과 함께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모델은 20여년 전 고난의 행군기를 거친 북한의 절박한 현실에서 탄생한 모델로 김정은 위원장 체제의 북한 경제정책과 변화된 현실을 감안한 새로운 남북경협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우선 김정은 위원장의 금강산 시설 철거 요구가 나온 배경에 대해 김한규 한국관광공사 한반도관광센터 차장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관광 재개를 신년사에서 언급할 정도로 의지를 드러냈지만 실현되지 않자 남한에 불만을 드러내는 한편, 그동안 남한에 특혜를 줬던 금강산지구를 북한 입장에서 ‘정상’으로 환원해서 개발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차장은 이어 “북한이 지난달 25일 보낸 통지문에 ‘국가관광총국’이 등장한다”며 “남북관광은 주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통전부,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등이 담당해왔지만 외래관광 부분은 국가관광총국이 담당해왔던 점에서 관광 타깃의 변화도 유의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금강산 남북협력 모델과 관련해선 조 연구위원은 “기존의 북측의 노동력과 자원에 남측의 자본과 기술 등식을 벗어난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에 맞추는 창의적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차장은 “북한이 관심을 갖은 생태관광을 포함해 금강산과 설악산을 연계하는 남북한 연계관광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럴 경우 외래관광도 유치할 수 있어 신변안전 문제도 해결하고 대북제재 영향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만약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직접 철거하는 일이 벌어질 경우 이는 남한뿐 아니라 북한에도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것이므로 우선 현 상황을 돌파할 방안으로 금강산 개별관광을 추진해볼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한규 차장은 “금강산 개별관광은 당장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하지 않고, 국제제재의 벌크캐쉬 문제에 저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가 가능하다”며 “물론 국내에서 관광객 모집은 현대아산이 권리를 갖고 금강산을 관광하는 개인이 현지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차장은 “이런 모든 해법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대한 설득 과정이 병행되어야 한다”며 “동시에 금강산 문제는 우리 내부의 문제이기도 하므로 내부 공감대 형성과 이해가 전제되어야 지속가능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통일연구원 5일 주최해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창의적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미디어펜

다만 과거 박왕자 씨 피격사건처럼 개별관광의 경우 관광객의 신변안전보장이 최우선 과제이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과거 동서독 간에도 인적교류가 자유로웠지만 그만큼 사고도 많았다”며 “금강산에서도 실제 그런 상황이 가능하므로 남북 간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개별관광은 당국이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며 “박왕자 씨 피격사건부터 풀어야 하고, 이제 북한도 이 문제를 협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개별관광만으로 북한이 만족하지 않을 것 같다”며 “정부는 외래관광을 포함해서 남북이 협력해서 국제사회를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서 북측에 제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은 금강산관광의 주도권을 강하게 행사하면서 김 위원장의 지시대로 조만간 새로운 종합계획을 수립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광객 유치계획에서도 제1 시장을 중국으로 설정하고, 우리국민과 구 미주 관광객을 2차 시장으로 설정하면서 ‘전주’ 등 소비역량이 있는 북한주민도 유치시장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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