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중남미 현역 최장수 지도자였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결국 대통령직에서 내려왔다.
연합뉴스는 1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엘데베르 등의 보도를 인용하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뉴스에 따르면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TV 연설에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런 갈등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무척 가슴 아프다"며 의회에 사의를 전달했다. 그의 사퇴 발표는 그가 4선 연임에 도전한 지난달 20일 대통령 선거 이후 3주 만이다.
이번 선거에서 모랄레스 대통령은 40%를 득표하고 2위에 10%포인트 앞서며 결선 없이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개표 과정을 놓고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되며 3주째 거센 시위가 촉발됐다.
투표 당일 처음 나온 중간개표 결과엔 1·2위 격차가 크지 않아 결선투표가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선거관리당국이 돌연 개표 결과 공개를 중단한 후 24시간 만에 다시 내놓은 결과에선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져 문제가 됐다.
야권은 곧바로 반발했고, 국제사회도 우려를 나타내며 대선 결과 무효화나 결선 실시를 촉구했지만 모랄레스 대통령은 줄곧 부정 의혹을 일축했다. 심지어 야권의 의혹 제기가 '쿠데타 시도'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미주기구(OAS)가 선거 부정을 시사하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버틸 명분이 사라져 결국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이날 오전 OAS는 지난달 선거 과정에서 투표 시스템에 여러 '부정'과 '정보 시스템 조작'이 발견됐다며,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하고 새 선거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AS는 또 모랄레스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승리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고도 부연했다. 결국 모랄레스 대통령은 OAS의 감사 결과 발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관리당국을 개편해 새 대선을 치르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시점까지만 해도 그는 “내년 1월까지인 임기를 다 채우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오후 군 수장까지도 나서 사퇴를 종용하자 결국 몇 시간 만에 사퇴를 발표했다.
지난 2006년 1월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집권한 좌파 모랄레스 대통령은 약 14년 만에 권좌에서 내려오게 됐다. 한편 이날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부통령도 동반사퇴 의사를 밝혔다. 당분간 볼리비아에서는 정국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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