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내부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개입…금융시스템 붕괴 위기

   
▲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요즈음 국민은행 사태를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한국의 금융 산업이 제대로 크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한국의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너무 오지랖이 넓어서 금융회사들이 기를 펼 수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이번 사태는 국민은행의 주전산기를 교체하는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고 합니다. 은행 측에서는 유닉스로 교체하려고 하는데 지주회사에서는 반대를 하는 모양입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개입해서 은행장들에게 징계를 내리고 또 그것에 반발하고 하면서 큰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저는 이 싸움의 자세한 내막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알고 싶지도 않고요. 다만 제가 의아한 것은 전산기 교체 같은 회사 내부의 문제에 왜 금융 감독 당국이 나서서 제재를 가하느냐는 겁니다.

지주회사와 은행 사이에 갈등이 있다 해도 이사회나 주총에서 해결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와 검찰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할 사람들, 즉 은행의 주인인 주주들은 완전히 뒷전입니다.

금융 감독 당국은 금융회사의 시시콜콜한 내부 문제에서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싸우든 화해를 하든 당사자들이 알아서 해결하게 놔두는 것이 좋습니다. 금산분리 같은 규제들 때문에 은행의 분명한 주인이 생길 수 없고, 그 때문에 은행들의 자체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능력은 길러야 합니다. 그러자면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이고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렇게 정부가 개입하면 언제 문제 해결능력을 기르겠습니까? 이러다가는 말만 민간 은행일 뿐 실질적으로는 그냥 국영은행이 될 것입니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제가 금융 감독 기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 감독의 할 일이 있기는 하죠. 금융이 다른 산업과 다른 특성이 있으니까요. 시스템 붕괴의 가능성입니다. 한 은행이 망하면 연달아 다른 은행이 망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금융시스템 전체가 붕괴될 수 있으니까 그것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는 개입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금융회사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개입하는 것은 금융 감독의 취지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은행장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온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비밀입니다. 은행의 주인인 주주들은 완전히 허수아비인 셈이죠. 모피아, 관피아, 금피아니 하는 사람들이 은행장으로 내려오는 것이 금융 시스템의 안전성과 무슨 관계가 있나요? 오히려 지금의 국민은행 사태에서 보듯이 파벌 지어서 싸움이나 하게 만드는 것 아닙니까? 
 

금융 기업들의 영업활동에서도 손을 뗐으면 좋겠습니다. 금융회사들이 금융상품 하나를 만들려면 일일이 금융감독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 것은 각 금융회사의 자율에 맡겨 두세요. 그 상품이 좋은지 나쁜지는 소비자가 어련히 알아서 잘 판단합니다.

금융감독원이든 금융위원회든 청와대든 은행의 인사와 영업에서 손을 떼세요. 금융회사들을 너무 아이 취급하지 마세요. 한국의 금융도 역사가 60년이 넘었습니다. 금융회사의 직원들도, 금융 소비자들이 이제 알만큼 압니다.

당신들의 오지랖 넓은 개입과 감독이 오히려 한국의 금융 산업을 우물 안 개구리로 묶어 두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처럼 세계를 누비는 금융기업이 나오길 원한다면 그들을 풀어주세요. 당신들이 민간보다 더 우월하다는 착각에서 깨어나세요.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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