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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 /사진=현대상선 제공 |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현대상선이 1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5년 연속 적자' 꼬리표가 따라 붙을 위기다. 일각에선 여전히 50%에 이르는 자본잠식률에 경영진의 강력한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업계는 임금 삭감 등 유동성 확보 노력에도 용선료, 저가 운임 등 외부 요인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실적발표가 예상되는 현대상선은 올해 3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4분기 흑자전환도 실패할 경우 2015년 2분기 이후 5년 연속 적자다.
현대상선은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2185억원을, 당기순손실 3792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상선은 지난 6월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한 데 이어 지난 달 660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앞서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2017년 2조원, 2018년 1조원을 지원받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현대상선의 올해 상반기 자본잠식률은 47%에 이른다.
일각에서 경영진 책임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다른 간판 해운사로 꼽히는 팬오션은 22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해운업이 불황 여파로 한때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는 점은 같지만 구조조정에서 성패가 갈렸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팬오션은 법정관리를 통해 비싼 용선료 계약 해지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거쳤지만 컨테이너선의 경우 벌크선과는 달리 다양한 화주와 계약하고 있어 현대상선은 채무 조정이 어려운 상태"라며 "현대상선 정상화를 위해서는 추가로 3조~5조원을 더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운업계 실적부진은 운임하락, 연료유 상승같은 환경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해 실적 부진을 경영진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상선의 주력인 컨테이너선 업황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700대로 지난해 평균(835)보다 약 16% 감소했다. 2013년(1075)과 2014년(1069)에 비해서는 여전히 30% 이상 낮다. 글로벌 물동량이 증가했지만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이 여전한 탓이다.
여기에 여전히 시세보다 30% 정도 높은 용선료와 국제 유가 등도 현대상선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운송비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에 달한다. 현대상선의 올해 상반기 유류비는 3701억원으로 이는 매출 대비 15% 수준이다.
현대상선은 임금 삭감 등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 직원은 육상직과 해상직으로 나뉘는 데 육상직 직원 급여의 경우 직급 관계 없이 6000만원대로 8년째 동결이다. 임원 임금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등기이사 1인 평균 연봉은 2013년 4억1898만원에서 지난해 2억501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올해 임원·팀장급은 매월 급여의 5~10%를 회사에 반납하고 있다. 연말 평가에 따라 2020년 1월에 약 70%에게는 100%, 150%, 200% 성과급을 지급하고 약 30%에게는 50%, 0%을 지급한다는 것이 골자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일부 중견 선사대비 연봉 수준이 적은 편으로 매년 오르는 세금, 의료보험 등을 고려하면 임금 삭감을 겪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적자가 지속되다 보니 처우 개선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달 유류할증료 도입을 검토 중인 현대상선은 2만3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발주와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와의 협력을 통해 운임 하락과 유가 상승이란 불확실성을 타개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임원 퇴직급 비율을 낮추고 이사 보수한도도 축소하는 등 직원들의 고통분담은 지속되고 있다"며 "현재 추가 임금 삭감과 관련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으며 고수익 화물확보, 전략적 운임관리 등을 통해 수익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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