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15일 “금강산은 북과 남의 공유물이 아니다”라며 지난달 25일과 29일, 이달 6일에 남측시설 철거 통지를 하고 11일에 최후통첩했다고 밝혀 일방적으로 철거를 단행하겠다고 천명했다. 11일 최후통첩의 경우 정부가 발표하기 전 북한이 먼저 폭로한 셈이다.
전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을 만나 “솔직한 계획을 듣고 싶다”고 말한 내용이 보도된 다음날 북한이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을 볼 때 북한은 금강산 문제로 남한 당국이나 현대아산 측과 마주앉을 용의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남조선 당국이 ‘창의적 해법’이니, ‘실무회담 제안’이니 하고 가을뻐꾸기 같은 소리를 하기에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 것 같다” “남조선당국은 귀머거리 흉내에 생주정까지 하며 우리 요구에 응해 나서지 않고 있다” “좋은 기회는 다 날려 보내고 속수무책으로 있다가 가련한 신세를 자초했다”며 남한을 비웃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측 시설 철거 지시가 금강산관광 재개를 종용하거나 제재 완화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금강산관광지구 재건설을 위한 경제정책 추진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금강산이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하지 말 것과 △금강산은 북남관계의 상징이 아니며 △금강산을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로 조성하라고 말했다고 지난달 2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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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월23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
이를 볼 때 북한은 금강산을 국제관광지대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럴 경우 가장 큰 변화는 우선 현대아산이 더 이상 사업 독점권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현대아산의 금강산 시설을 철거하도록 한 뒤 앞으로 북한이 독자적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중국이나 일본 기업의 투자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무엇보다 북한은 10년 이상 중단된 금강산관광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앞으로 국제관광지구를 조성해 해외 관광객은 물론 돈 많은 북한주민들을 관광시키겠다는 속셈을 가졌다는 소식통의 전언도 입수됐다.
정부는 지난 11일 북한의 “마지막 경고”가 포함된 최후통첩과 같은 통지문을 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4일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을 처음으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나 사실상 마지막 결단을 내리기 위한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 고위당국자는 “금강산 문제에 있어서 (현대아산의 자본이 들어간 만큼) 사업자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존중할 수박에 없다”며 “이 때문에 금강산 문제에서는 남북 당국, 현대아산과 북한, 정부와 현대아산이라는 3각 협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의 지시는 어쩌면 깔끔한 마무리로 향후 남쪽이 금강산관광사업에 재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현대아산의 재산권 문제를 얼마나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금강산을 버려야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창의적 해법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 시설을 폐기하고 북한이 독자적으로 개발하는데 참여하자는 것은 제재국면에서 더더욱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금강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른 영역으로 접근하는 것이 창의적인 해법을 만드는 것이며 남북관계의 새판 짜기를 시작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에도 그동안 남한 일각에서는 금강산을 관광할 사람은 남한국민이 주를 이룰 것이므로 북한도 많은 자본이 투입될 금강산 개발사업에서 남측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태도를 볼 때 이런 남측 일각의 시각과 달리 금강산을 국제관광지구로 만들 계획을 세운 것이 확고한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새로운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에서 현대아산이 사업 독점권을 갖는 일은 이제 어려워질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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