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부산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 초청 사실 밝혀
“주소 번지 틀린 다자협력 마당에서 북남관계 논의하자니 의아할 따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21일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 전달 사실을 먼저 밝히면서 “북남관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다’라는 글을 싣고 “과연 지금의 시점이 북남 수뇌분들이 만날 때이겠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며 “모처럼 찾아왔던 화해와 협력의 훈풍을 흔적도 없이 날려보내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남조선 당국이 종이 한 장의 초청으로 조성된 험악한 상태를 손바닥 뒤집듯이 가볍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한 오산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통신은 “우리는 남측이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부산방문과 관련한 경호와 의전 등 모든 영접준비를 최상의 수준에서 갖추어놓고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 이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현 북남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리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차례나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못 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온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만난 뒤 북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포옹으로 배웅하고 있다./연합뉴스

통신은 “하지만 흐려질 대로 흐려진 남조선의 공기는 북남관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며 남조선당국도 북남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의연히 민족공조가 아닌 외세의존으로 풀어나가려는 그릇된 입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조차 통일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북남관계 문제를 들고 미국에로의 구걸 행각에 올랐다니 애당초 자주성도 독자성도 없이 모든 것을 외세의 손탁에 전적으로 떠넘기고있는 상대와 마주앉아 무엇을 론의할수 있고 해결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이어 “북과 남 사이의 근본문제, 민족문제는 하나도 풀지 못하면서 북남 수뇌들사이에 여전히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냄새나 피우고 저들이 주도한 ‘신남방정책’의 귀퉁이에 북남관계를 슬쩍 끼워넣어보자는 불순한 기도를 무턱대고 따를 우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와 크게 인연이 없는 복잡한 국제회의 마당에서 만나 악수나 하고 사진이나 찍는 것을 어찌 민족의 성산 백두산에서 북남 수뇌분들이 두손을 높이 맞잡은 력사적 순간에 비길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통신은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에서 한 약속이 하나도 실현된 것이 없는 지금의 시점에 형식뿐인 북남수뇌상봉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립장”이라며 “더우기 북남관계의 현 위기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똑바로 알고 통탄해도 늦은 때에 그만큼 미국에 기대다가 낭패를 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주소와 번지도 틀린 다자협력의 마당에서 북남관계를 론의하자고 하니 의아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통신은 “아이들이라면 철이 없어 소뿔 위에 닭알 쌓을 궁리를 했다고 하겠지만 남조선사회를 움직인다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과와 실을 냉정하게 판단하는데 숨을 고를 대신 물위에 그림 그릴 생각만 하고 있으니 북남관계는 어떻게 개선되고 화해와 협력의 꽃은 언제 다시 피여나겠는가”라고 꾸짖듯 말했다.

통신은 “이런 이치도 모르는 상대와 열백번을 만난들 어떻게 좋은 결과가 나올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그 척박한 정신적 토양에 자주적 결단이 언제 싹트고 자라나는가를 참을성 있게 지켜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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