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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
T.G.i.F. 능가하는 B.A.T.
미국의 트위터(Twitter), 구글(Google), 아이폰(Apple iPhone)과 페이스북(Facebook)을 극도로 찬양해야했던 기억이 1년을 채 넘지 않고 있는데 더한 강자들이 찾아들었다. 바이두, 알리바바와 텐센트. 중국의 3대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다. 바이두는 검색으로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로 텐센트는 SNS와 동영상 플랫폼으로 중국은 물론 세계 디지털 신경제를 앞장서서 이끌기 시작했다. 경적은 알리바바가 먼저 울렸다.
알리바바는 지난 19일 뉴욕증시 상장에서 공모가인 주당 68달러보다 36%나 높은 92.70달러로 첫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장중 한때 99.70달러까지 폭등했던 주가는 이날 공모가 대비 약 38%인 93.8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거래로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2,314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IT 기업 중 애플(6,090억 달러) 구글(4,00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3,870억 달러)에 이어 네 번째에 해당한다. 경쟁업체인 아마존(1,530억 달러)은 물론 세계 최대 페이스북(2,020억 달러), 세계 1위 스마트폰업체 삼성전자(1,706억 달러)마저 가볍게 제쳤다.
이 같은 대약진을 두고 넛크래커(Nut-Cracker) 상황에 대한 우려와 진단이 나오고 있다. 2000년 이전부터 한국의 입지가 넛크래커 상황에 비유되어 왔지만 오히려 2000년대 들어 한국의 넛크래커 상황의 위협보다는 선진국과 신흥국의 다리를 잇는 가교로서 장점을 잘 살려 왔었다. 중국 시장 성장이라는 환경 속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한 단계 더 올리는 양적 성장을 구가해 왔다는 얘기다.
이런 내용으로 LG경제연구소가 펴낸 보고서 <ICT 서비스산업 미국·중국의 G2시대 시작됐다, LGERI 리포트 2014.9.17.>는 이제부터 펼쳐질 상황은 다행히 모면해 왔던 넛크래커 국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010년대 들어 특히 지난해부터 중국 제조업체들의 빠른 성장과 기술 격차의 급속한 축소로 제조업에서는 이미 넛크래커 상황의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는 진단이다.
이런 가운데 그 동안 중국 기업의 성장이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던 ICT 서비스 부문에서 중국 기업들의 규모나 시장지배력, 자금력, 서비스 포트폴리오 등에서 한국을 추월하여 미국과 맞대결 모드로 들어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LG경제연구소 보고서가 지적한대로 ICT 서비스 영역에서 중국·미국 G2 구도가 너무나 세차게 굳어져 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 중국의 BAT가 미국의 TGiF와 호각지세를 형성하고 장차 한국의 SG(삼성과 LG)나 ND(네이버와 다음카카오)를 삼켜버리게 되지나 않을까? 과연 그렇게 된다면 한국의 SGND에 딸린 수많은 인력들은 어떻게 미래를 대비해야 하며 아직 고용도 안 된 젊은 인재들과 불안정한 산업예비군들은 무슨 희망을 갖고 버텨야 하나?
염려는 크지만 우리 한국은 와호장룡(臥虎藏龍,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2000년도 개봉한 이 멋진 무협 영화에 빗대어 활로를 찾아볼 수 있다. 대상은 ICT 서비스 가운데에서도 미디어 문화산업으로 명확하게 좁혀 본다. 먼저 미국은 와호(臥虎), 즉 Crouching Tiger로 설정해 보자. 할리우드에 국한해 봐도 100년 역사를 맹수의 제왕으로서 다른 시종들을 지그시 밝고 눌러왔지만 이제 그들은 절벽에 걸려 기어 올라가기 바쁜 Crouching Tiger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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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바바는 지난 19일 뉴욕증시 상장에서 공모가인 주당 68달러보다 36%나 높은 92.70달러로 첫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거래로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2,314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IT 기업 중 애플(6,090억 달러) 구글(4,00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3,870억 달러)에 이어 네 번째에 해당한다. 사진은 최경환(왼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1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중국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그룹 마윈 회장(왼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암벽은 미끄럽고 절벽 아래는 까마득하다. 예컨대 미국 아마존은 이미 거래 외형이나 비즈니스 모델 차원에서 오픈 마켓이란 무기를 장착한 알리바바에 추월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냥 절벽에서 떨어질 아마존이 아니다. 미국 신문 국보 2호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했고 본격적인 콘텐츠 사업을 위해 할리우드 영화 서비스업을 개시했다. 알리바바가 세상의 모든 전자상거래에 특화했다면 아마존은 문화상거래까지 보폭을 넓힌 와호, 즉 Crouching Tiger로 봐야 한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중국 당국이 구글 검색, 뉴스 서비스를 막고 구글이 품은 전가의 보도 유투브도 금지시켰으니 경사진 코너로 몰린 와호, Crouching Tiger임이 분명하다. 이 틈을 타고 중국의 구글 바이두는 매출 52억 달러, 영업이익률 35%(2013년 기준)을 구가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정보와 지식, 온갖 비디오 영상물 등이 가장 많은 곳은 단연 중국이고 구글이 아닌 바이두가 그 모든 보물지도를 갖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여기서 또한 미국의 와호, 즉 Crouching Tiger인 구글의 포효는 여전히 쟁쟁하다. 유투브도 있고 게임까지 복합화한 구글 플레이가 전통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강호 미국을 풀가동시키고 있다.
이런 발호, 즉 Crouching Tiger의 반작용은 중국이라는 장룡(Hidden Dragon)에게 커다란 자극과 위협이 되는 동시에 혁신의 발판이 되어주고 있다. 숨은 장룡에서 드러나 활개치는 장룡의 전범이 바로 BAT 가운데 T인 텐센트 그룹이다. 텐센트는 매출구조를 보면 게임 75%, 전자상거래 16%, 광고 8%, 기타 1%(2013년)으로 잘 발달한 미디어 포트폴리오 원형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대표 SNS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 위챗을 가지고 있는 텐센트는 시가총액 151조 원을 넘겼고 전성기 미국 업체들을 능가할 정도로 대대적인 M&A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한국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가 엄청나게 뜨겁다. 카카오(720억 원, 2012년 9.9% 확보)를 필두로 CJ 게임즈(5,300억 원, 2014년 28% 지분 확보), 파티게임즈(200억 원, 2014년, 20% 지분 확보) 경영권에 들어갔다. 텐센트의 이러한 확장은 장룡(藏龍, Hidden Dragon)을 벗어난 비룡(飛龍, Flying Dragon)의 욱일승천, 천지개벽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혁신하는 와호장룡(臥虎藏龍). 결코 미끄러지지 않고 절벽을 타오르는 미국 미디어기업들과 숨어 있었다가 드디어 하늘을 박차 오르는 중국의 미디어기업들 사이에 끼인 한국은 그냥 그저 그런 호두로 박살날지 모르는 숨 막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절체절명 생존 전략을 생각한다면 또 다른 영화제목이기도했던 드래곤 길들이기가 있다. 우선 장룡(藏龍, Hidden Dragon)이 비룡(飛龍, Flying Dragon)으로 혁신하는 그 가교 역할을 한국 미디어산업이 맡아야 한다.
중국 텐센트가 한국의 모바일 게임에 투자하고 텐센트와 유쿠 토도우, 소후와 같은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들이 <별에서 온 그대>와 같은 K드라마에 손 내미는 현실을 지렛대 쐐기로 삼아야 한다. 아직은 불균등 발전이어서 중국이 미국처럼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획, 제작, 유통 능력을 갖추지 못한 지금 붙들어야 한다.
할리우드가 있어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과 애플이 검색과 전자상거래, 모바일 메시지, 앱스토어에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결합할 수 있는 한 중국이 G2에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BAT가 세계경영을 하면서 할리우드만큼 매혹적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끌어와 전자상거래를 넘는 문화상거래를 하고 정보검색을 넘는 라이프스타일 검색을 하기 위해서는 한류콘텐츠를 반드시 끼고 움직일 수밖에 없음을 못 박아야 한다.
물론 한류콘텐츠는 국적성이 너무 강하고 할리우드 대항마로는 매우 부족하다. 그러니 곧장 아시아류로 나가야 한다. 중국도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 동남아 국가와 함께 아시아적 가치(Asian Value)를 휘날리는 콘텐츠를 소망한다고 밝혀 왔다.
한국이 기획하고 중국이 투자하고 동남아부터 유통하는 아시아류 콘텐츠는 할리우드가 상징하는 서양 문화콘텐츠와 경쟁하는 멋진 구도를 전략화할 수 있다. 중국이라는 장룡(藏龍, Hidden Dragon)을 길들여 한국과 함께 비룡(飛龍, Flying Dragon) 무리로 비상하는 방향. 그것이 G2사이 끼인 넛크래커를 탈피하고 동서양 선의의 경쟁구도를 짜는 한국의 미래, 한국 미디어산업의 지혜로운 살길이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