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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제철소 제강공장에서 '래들'에 담긴 쇳물이 전로에 담기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철강업계의 기해년은 그야말로 버거운 한 해였다. 환경 포퓰리즘 탓에 '고로 정지'란 홍역을 치르는가 하면 원자재 가격 폭등과 보호무역 파고에 수출·내수시장에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자동차·건설 등 전방산업의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철강업계의 부침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철강업계와 환경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이슈였다.
최대 10조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됐던 '고로 정지' 사안은 오염물질 분석과 정부-지방자치단체-업계간 소통 절차 부재에 따른 탁상행정의 결과로 평가된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의 고발에 환경부는 철강업계가 대기환경보전법을 위반했다고 유권 해석했고 각 지자체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 행정처분을 사전통지했다.
고로에서 연기가 새어 나온 안전밸브 '블리더'는 고로 정비 중에 내부 압력이 외부 대기 압력보다 낮아져 이상이 발생하면 폭발을 막기 위해 가스를 배출하는 안전시설이다. 지자체는 임의로 블리더를 여는 것 자체를 불법이라고 맞섰다.
1개 고로가 10일간 가동을 멈추면 복구에만 3개월이 소요된다. 철강 전방산업이 받게 될 연쇄 피해를 감안하면 자칫 국가 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결정인 셈이다. 환경부는 결국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6차례 논의를 거친 결과 ‘조건부 철강사 블리더 개방 허용’이란 대책을 내놨다.
약 21개월에 걸쳐 지속된 미·중 무역전쟁은 내수·수출 환경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날로 높아지는 미국은 송유관, 용접각관, 유정용 강관 등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고율의 반덤핑 규제를 잇따라 진행했다.
대미 수출이 줄어든 중국은 한국에 자국 철강제품을 밀어내며 전방산업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수요시장을 짓눌렀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국산 철강제품 수입규모는 915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다.
원재료 가격 급등이란 돌발 악재는 철강업계를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가격 공세로 가격은 하락하는데 원가는 상승했기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은 브라질, 호주 등에서 공급 차질이 빚어지며 5년 만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톤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전방산업 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제품 가격에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한 점이 올해 실적 악화에 방점을 찍게 했다.
내년에도 경영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철강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글로벌 철강 수요 둔화 △건설·자동차 경기 침체 △중국 경제성장률 정체 등이 맞물리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보호무역주의는 미국과 유럽연합 중심에서 인도, 베트남, 대만 등 신흥국으로 퍼지고 있다"며 "인도와 중동 등 신흥국의 철강 신설비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과 안전 이슈는 앞으로 더 확대될 수밖에 없는 점과 최저임금이란 잠재적 리스크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힘든 한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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