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보장 위해 미란다원칙 등 유보 또는 제한적 입법 필요

최근 간첩 사건의 잇따른 무죄판결로 대공 수사력과 수사방식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탈북자를 위장한 간첩들은 치밀한 훈련을 받고 침투해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는가 하면, 대한민국의 법령을 악용해 대공수사망의 허점을 찾아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있다. 반면 대공 수사를 전담하는 일선 검사들은 수사 역량과 전문성 부족, 수사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 미비로 간첩 사건 수사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공안 사건은 간첩행위의 특성상 증거확보가 어렵고 합법과 편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 기밀, 안보와 연결된 대공 사범수사는 일반 형사범죄와 다른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일 '증거수집 장벽에 아보가 흔들린다:대공 수사력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를 가졌다.

대공수사력,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 [토론문]

○ 국가가 국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도입한 법과 선진적인 제도를 간첩활동에 악용되고 있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고, 또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공수사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성에 따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법과 제도를 발전하는 현실에 맞게 수정 보완하는 동시에 법을 집행하는 당사자들이 부여된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도록 하여야 한다.
 

- 여기에 북한의 법적 지위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도 갖추어야 할 것이다.

○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인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 자유민주체제의 전복을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을 함께 가진다(헌재 92헌바48).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헌법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과 수립을 위해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 시행하고,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시행하여 이에 대처하고 있다. 
 

- 법적으로 북한이 이중적 지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대한민국에 대하여 반국가단체의 지위를 가지므로, 국가보안법의 적용에 있어 북한의 법적 지위(대한민국의 전복을 기도하는 반국가활동 등)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요청된다.

○ 인권보호를 위해 도입한 제도로서, 형사피의자가 된 사람은 ‘불법한 체포ㆍ구금ㆍ압수ㆍ심문을 받지 아니할 권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영장주의,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을 권리, 체포ㆍ구속적부심사청구권, 무죄추정권, 고문을 받지 아니할 권리, 묵비권, 형사보상청구권, 국가배상청구권’ 등을 가지고, 형사피고인은 피의자가 가지는 권리에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할 권리를 가진다.
 

- 최근 간첩범죄 사건에 나타난 쟁점인 미란다원칙(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을 권리) 등을 포함하여 인권보호를 위해 도입한 제도는 형사소송법에 의한 법률상 권리가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는 입장이 우세하다. 미란다원칙 등 인권보호 제도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볼 경우에 법률에 의하여 이를 유보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다.
 

-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국가안전보장’이란 ‘국가의 존립, 영토의 보전, 헌법과 법률의 기능,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의 유지 등의 의미’이고(헌재 89헌가104), 국가보안법은 소정의 행위가 국가의 존립,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적용되는 한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 93도1951).
 

- 헌법 제10조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국가 공동체를 유지하고 존속할 책무가 있으며, 국민의 기본권도 국가 공동체의 안전이 보장될 경우에 비로소 충분히 보장되고 실현되는 것이다.
 

- 이에 기본권의 보장이 국가안전보장이라는 가치와 충돌하는 경우에는 국가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으므로, 대공수사에 관한 국가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미란다원칙 등 인권보호 제도를 유보하거나 제한하는 입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 미국의 경우에는 최근까지 미란다원칙의 유지에 관하여 연방대법원에서 수차례 심리를 하였고, ‘보스턴마라톤 테러범’에 대하여 미란다원칙의 배제에 관한 논의도 있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애국법을 제정하고, 영국, 독일 등에서 테러방지법을 제정하여 시행 중이다.
 

- 미국의 애국법은 행정부에 강력한 테러감시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제정과 일몰시한의 연장 과정에서 ‘국가안보상 긴박한 필요로 말미암아 이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견해와 ‘헌법적 권리의 과도한 침해를 야기한다’는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되었다.
 

- 미국의 애국법은 ‘정보기관과 법집행기관의 정보공유, 수사대상자의 모든 통신수단에 대한 감청 허용,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한 유예, 외국인에 대한 무제한 구금 허용과 출입국 통제 및 추방사유 확대’ 등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권한 강화, 이에 대한 사법적 통제 완화를 그 내용으로 하고, 대테러수사와 관련하여 좀 더 용이하고 포괄적인 정보수집을 가능하게 하는 국외정보감시법도 시행하고 있다(관타나모수용소 ‘강화된 신문’, 호주의 ‘테러범에 대한 고문허용’ 여부 논란).
 

-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테러에 대한 대응을 위해 종합적인 테러대책법의 입법을 시도하였으나, 인권침해의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입법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대공수사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국가보안법에 형사소송의 특칙을 두거나, 종합적인 테러대책법을 입법하여 그 적용대상에 국가보안법의 대상범죄를 포함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 대공 수사력 강화에 반대하는 측은 인권보장을 내세워 간첩들이 우리의 인권제도를 악용하는 데에 조력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심지어 상습 흉악범에 대한 보호수용 등 보안처분에 대해도 동일한 사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들은 세월호특별법에 관하여는 인권침해 우려가 있고 사법체계에 반하는 조사위원회의 수사권, 기소권 부여를 주장하는 등의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 그들은 합동신문센터를 ‘한국의 관타나모’라고 부르고, 이 조사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여 헌법소원 제기하였다. 합동신문센터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이 법에 의하여 보호 또는 지원을 받는 북한주민으로서 보호대상자로 결정하는 행정상 조치에 따른 것이고, ‘위장탈출 혐의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하게 된다.
 

- 그들이 주도하는 과거사 사건에서 법원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책임이 있는 국가가 가해자가 되어 국민에게 ‘영장 없는 체포, 고문’ 등 인권보호 제도에 위배하는 등 일련의 위헌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독재정권의 유지를 위한 인권탄압을 내용으로 하는 과거사 사건과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하는 사건은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가기관의 무분별한 권한행사를 허용하기는 곤란할 것이고, 이로 인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광범위한 침해도 허용될 수 없을 것이지만, 대공수사의 강화를 위한 법과 제도의 수정, 보완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이에 국가안보의 위협상황에 대처하여야 하는 현실과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 보호 사이에 어느 정도 조화로운 균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또한 국가안보에 의하여 인권제도를 수정, 보완한다는 것은 특정 정권의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국민의 생명, 안전 등 기본권 보호를 위한 헌법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

 

이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일 개최한 '증거수집 장벽에 안보가 흔들린다:대공수사력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가 발표한 토론문입니다.